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HMM 나무호의 화재 원인이 피격으로 확인되면서 여야의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하던 나무호가 피격된 일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외교부가 공개한 나무호 선체 하단에서 확인된 폭 5m·깊이 7m 파공. ⓒ연합뉴스
정부여당은 신중한 태도로 더욱 정확한 사태 파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란의 공격이 분명한데도 정부가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의 주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프로젝트 프리덤'에 우리 군이 참전하는 등 이란전쟁 파병을 촉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중국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됐지만 이란전쟁에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에 견주면 사뭇 다른 태도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에 영문으로 글을 올려 "가장 가까운 동맹국(our closest ally)은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공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부인(denial)과 외교적 모호성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투명성과 힘이 필요한 때이며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자신을 지키는 정부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정부가 나무호가 피격됐다고 밝혔으면서도 공격의 주체를 '이란'으로 특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무호 화재가 발생한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란이 피격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장 대표가 '힘'을 강조한 것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사건의 배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대응이 오히려 중동 내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해 "응분의 대가"를 강조하는 것이 아직 호르무즈 해협에 남아있는 우리나라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 확보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과 프랑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국 선박의 피격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상대를 특정하지 않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4성 장군 출신이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중국이랑 프랑스, 태국 여러 나라 아마 10여 개국 이상의 상선들이 피격된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지금 국제사회는 거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그 지역의 상황이 복잡 미묘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국제사회에 피격된 나라들의 조치 사항을 지켜보면서 거기에 상응하는 단계를 단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신중한 대응에 힘을 실었다.
여야는 이란전쟁 파병을 놓고 엇갈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미국과 이란 전쟁이 확실하게 종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군이 미국의 군사적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건 위험하다고 보는 동시에 다국적군의 선박 보호 활동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동맹국인 미국의 군사적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김병주 의원은 미국이 우리 군의 참여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우리가 미국·이란 전쟁에 말려드는 꼴이 되기 때문에 종전 하기 전에는 해서는 안 된다"며 "종전 이후에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면 다국적군을 구성을 해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안이 있는데 이것은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국민을 공격하면 반드시 응분의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가) 이를 어영부영 넘어간다면 안보 실패일 뿐 아니라 주권국가로서의 자격 상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