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그룹 경영에 복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경영 전면에 나서기에는 여전히 사법 리스크가 부담이 되는 모습이다.
이 전 회장은 현재 태광그룹에서 공식 직함이 있거나 사내이사로 활동하고 있지 않다. 다만 태광산업에서 경영고문만 맡고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 연합뉴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한국배구연맹(KOVO) 9대 총재로 선임됐다. 이 전 회장은 7월부터 3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태광그룹은 배구와 인연이 깊은 기업이다. 1971년 태광산업 여자배구단을 창단해 현재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으로 이어지기까지 55년간 배구단을 운영해 왔다. 이 전 회장의 선친인 이임용 전 회장 역시 한국실업배구연맹 회장을 지낸 바 있고, 이 전 회장 역시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의 구단주다. 그룹 산하 일주세화학원 소속 세화여중과 세화여고에서도 배구부를 운영한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태광그룹이 운영하는 세화예술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이 재단은 이 전 회장의 어머니인 이선애 여사가 2009년 설립한 비영리법인이다.
이 전 회장이 이같이 대외 행보를 넓히는 것을 두고 태광그룹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기 위해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월 400억 원대 회삿돈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2012년 회장직과 등기임원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형이 확정돼 복역하다 2021년 10월 만기출소했다.
이 과정에서 2011년 간암 3기 판정을 받는 등 건강 문제도 있었다. 이 때문에 2012년 보석으로 풀려난 후 7년간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술집이나 떡볶이집에서 발견되고 흡연 장면이 포착되는 등의 행태로 ‘황제보석’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출소 후에는 5년간 관련 기업 취업을 제한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규정이 적용돼 경영에 복귀할 수 없었는데,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경영 복귀의 길이 열렸다. 또 2025년 4월에는 김치·와인 강매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사법 리스크의 일부분이 해소됐다. 이 전 회장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오너 일가 소유의 휘슬링락 컨트리클럽(CC)과 메르뱅으로부터 김치와 와인을 고가에 구매하도록 태광그룹 계열사들에게 강요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이후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설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회사 쪽은 이 전 회장이 건강 문제로 복귀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현재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 고문으로 경영자문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2025년 이후 태광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사실상 그룹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는 추측이 계속 제기됐다. 태광그룹은 애경산업과 동성제약을 인수하고 뷰티 계열사인 ‘실’을 설립하는 등 뷰티와 제약바이오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현재 케이조선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조선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 이 전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영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은 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말고 차리라 전면에 나서라는 의미였다. 다만 이 요구는 이 전 회장의 경영 공백 기간 동안 태광그룹의 투자가 멈추고 실적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있었던 점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태광그룹의 적극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행보가 이 전 회장의 의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세화예술문화재단 이사장 취임, 배구연맹 총재 선임 등 이 전 회장의 최근 행보에는 경영 복귀 전 그동안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의중이 실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프포스트는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에 대해 태광그룹 쪽에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계속
하지만 문제는 이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 전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직원 계좌로 급여를 허위 지급한 뒤 이를 빼돌려 수십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검찰로 이관됐고, 이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기도 했다.
또 자신이 소유한 골프연습장 공사비 8억6천만 원 상당을 계열사인 태광컨트리클럽(CC)이 대납하도록 한 혐의, 계열사 법인카드로 약 8천만 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태광그룹이 계열사인 티시스를 동원해 이 전 회장의 조카와 처제의 회사에 1600억 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준 정황을 파악하고 올해 1월 제재 절차에 착수하기도 했다.
만약 이 전 회장이 이들 혐의로 다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지거나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 전면적인 복귀는 다시 유보될 가능성이 크다. 태광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들도 탄력을 받기 어렵게 된다.
이 전 회장에 대한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이 전 회장은 그간의 범죄 전력과 ‘황제 보석’ 사건 등으로 대중으로부터 지탄을 받아 왔고 대외적인 이미지도 나쁘다.
태광그룹 입장에서는 오너의 경영 공백과 사법 리스크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위치에 처해 있다고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