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5월7일(현지시각) 대규모 선거를 앞둔 가운데,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이 참패하면서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노동당과 보수당의 양당체제가 흔들리면서 영국 정치 구조가 다수당 체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월10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허퍼드셔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4일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7일 치뤄질 선거에서 영국 노동당과 보수당이 나란히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여파로 기존 양당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 잉글랜드 지역 내 약 5천 석 규모의 지방의회 의원이 선출되고, 런던 자치구를 이끄는 시장 6명도 새로 뽑힌다. 스코틀랜드 자치 의회인 홀리루드 의회선거는 129석이 물갈이 되며, 웨일스의 의회선거로 96석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
스타머 총리는 2024년 7월 총선에서 영국 보수당으로부터 정권을 가져오며 총리직에 올랐다. 당시 노동당은 전체 560석 중 410석을 확보했으며, 이는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정권 교체였다.
그러나 이후 노동당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영국 매체 더타임스 등의 의뢰로 지난 4월 26~27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신생 우파 정당인 '리폼 UK'가 26%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보수당(19%), 3위는 노동당(18%) 순이었으며, 녹색당(15%)과 자유민주당(13%)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거대 양당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100년 넘게 유지돼 온 양당 중심 정치 구조가 흔들리고 다당제 구도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머 총리의 지지율은 취임 초 36%에서 지난해 9월 기준 13%까지 하락했다.
스타머 내각은 출범 직후 겨울철 연료비 지원 삭감과 농민 상속세 부과 등 복지 축소와 증세 정책을 추진했으나 이는 곧 중도좌파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후 복지 삭감 정책을 번복하는 '유턴'이 반복되면서 국정 운영의 일관성이 흔들렸고,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 악재도 이어졌다. 2025년 9월 당시 부총리였던 앤절라 레이너가 부동산 구매 과정에서 세금을 덜 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부총리직에서 사퇴했고, 이는 스타머 총리의 리더십 약화로 이어졌다.
여기에 주미 대사로 임명됐던 노동당 출신 정치 거물 피터 만델슨이 과거 제프리 엡스타인과 지속적으로 접촉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타머 총리를 향한 불만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스타머 총리는 이후 만델슨을 해임했지만, 임명 과정의 부적절성 논란이 이어지며 보수당을 중심으로 사임 요구가 제기됐다. 특히 영국 보안 심사 기관의 부적격 판단에도 주미대사 임명이 강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압 의혹까지 불거졌다.
온라인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은 스타머 총리가 올해 안에 물러날 가능성을 67%로 내다봤다.
이같은 상황에서 5월 선거에서 노동당이 완패할 경우, 당 안팎에서의 자진 사퇴 요구에 한층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신생 정당 리폼 UK의 성적표에도 관심이 쏠린다.
리폼 UK는 2019년 창당된 브렉시트당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최근 26% 안팎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하며, 기존 보수당과 노동당을 8%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다. 리폼 UK의 현재 의석수는 5석에 그쳐 의회 내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5월7일 선거에서 지금 같은 지지율이 반영된다면 영국의 전통적인 보수당·노동당 양당 구도에 균열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