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문제를 두고 "특이한 면들이 보여 챙겨보고 있다"고 말하며 고강도 압박을 가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당국의 예의주시가 오히려 선제적 지배구조 개편의 촉매제로 작용하며 올해 3월 주주총회 이후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BNK금융그룹의 두 주요 은행계열사,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이사회는 시중은행들과 비교해도 선진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허프포스트코리아
대표적 사례가 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기존 1명에서 4명으로 대폭 확대하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사외이사 전원을 참여시킨 것이다. 특히 2026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체 7명의 사외이사 중 과반인 4명을 주주 추천 인사로 채우는 등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서도 이례적인 수준의 개편을 단행했다. 이는 '기업 밸류업(Value-up)'이라는 시대적 화두와 맞물려 지배구조 선진화에 더욱 속도를 낸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지배구조 개선 행보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기업가치 제고를 향한 진정성으로 해석되면서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오히려 BNK금융지주가 단숨에 밸류업 선도주이자 지배구조 모범생으로 약진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BNK금융지주의 기조에 동행하면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이사회 역시 시중은행 못지않은 선진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사외이사의 전문성 등에서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시중은행 안 부러운 이사회 독립성, 소비자 및 규제 대응 전문성 눈에 띈다
4일 각 은행에 따르면 현재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이사회는 두 은행 모두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내이사 2명 중 1명이 상임감사위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사회 내에서 사실상 회사 측 입장을 대변하는 사내이사는 대표이사 단 한 명뿐인 것으로, 이사회에 상당한 수준의 독립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회 내 위원회의 운영도 선진적이다. 구조상 상임감사위원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감사위원회를 제외하면, 두 은행의 모든 이사회 내 위원회가 100%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은행이나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주 임원을 은행 이사회의 '비상임이사'로 선임하고, 보상위원회 등 이사회의 독립성이 강하게 보장돼야 하는 소위원회에도 비상임이사가 참여하면서 지주의 영향력을 투사하는 관행과 비교하면 그 독립성이 크게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남은행이 시중은행에서도 흔치 않은 이사회 내 소비자 전문가 슬롯을 채우고 있다는 것 역시 눈에 띄는 부분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소비자아동학 석사,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가족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권희경 창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범위를 지방은행이 아닌 시중은행까지 넓혀보더라도 소비자학에 직접적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을 이사회에 배치한 곳은 경남은행과 하나은행 뿐이다.
부산은행 역시 최근 이사회 개편을 통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 출신의 이해선 이사와 금융감독원 출신의 최영주 부산대 교수를 신규 선임하며 금융권의 핵심 화두인 내부통제 및 규제 대응 역량을 한층 끌어올렸다. 경남은행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국장 등을 지낸 장진택 상임감사위원을 영입해 내부통제 강화 기조에 부합하는 인선을 단행했다.
◆ 남겨진 과제도 있다, 은행 임추위 규모의 한계와 '디지털·IT' 전문가 부재
물론 여전히 완벽한 이사회 구성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과제가 남아있다.
첫 번째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규모다. 올해 BNK금융지주가 임추위를 사외이사 전원으로 확대 개편한 것과 달리,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여전히 임추위에 사외이사 3명만 참여하고 있다.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사외이사인 위원의 절대적 수가 많을수록 논의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유리하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두 번째는 IT 및 디지털 전문가의 부재다. 현재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모두 이사회 내에 IT 부문의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이 전무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규모 이사회 개편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금융·법률·소비자보호 중심의 인사들로만 채워지면서 디지털 역량 공백이 그대로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시중은행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발돋움하고 있는 iM뱅크의 공격적 확장,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영토 넓히기 등 은행권의 생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지방은행들의 수도권 영업망 확대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수도권 공략의 핵심은 오프라인 창구가 아닌 '디지털 영업'에 있다. 금융권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과 IT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은 만큼, 이사회 내 IT 전문성의 부재는 향후 뼈아픈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BNK금융지주 관계자는 "건전한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안정적 자본 관리, 주주 친화 경영을 통해 주주와 지역사회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