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 후반기 입법부 수장을 선출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 대진표가 확정됐다. 사상 최초로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표가 반영되는 이번 국회의장 경선은 '당심'과 '의원 표심'이 복잡하게 얽히며 예측불허 양상을 띠고 있다.
제22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태년(왼쪽부터), 조정식, 박지원 의원. ⓒ연합뉴스
김태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장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오는 13일에 의원 투표(80%)와 권리당원 투표(20%)를 합산해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를 최종 선출한다.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관례에 따라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되면 사실상 국회의장이 된다.
김태년 의원은 원내대표와 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하며 다져온 '정책 조정 능력'과 성과를 거두는 '일하는 국회'를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민주권시대를 제도로 완성하고, 대전환의 파고 앞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내야 한다"며 "일 잘하는 국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상임위 고의 지연·파행 방지 △국정과제의 입법 완성 △개헌 로드맵 가동 △민생경제 전략회의 신설 △국회 외교처 신설 및 의회외교 격상 △사회적 대화 중재 등을 공약했다.
김 의원은 계파색이 옅으면서도 친문과 친명계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킨십이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 그는 제22대 국회 개원 직후 120여 명의 의원이 참여한 ‘경제는 민주당’ 모임을 주도하며 동료 의원들과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왔다.
또 경기도 성남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을 역임할 때부터 여러 현안을 함께 협력해 왔다. 이 대통령이 변호사 활동을 하던 1995년 당시 안기부에 끌려갔던 김 의원을 직접 변호하는 등 인연도 깊다.
김 의원과 경쟁하는 6선 조정식 의원 역시 '명심'의 한 축을 자처하고 있다. 조 의원은 최근까지 정무특보를 맡아 당과 청와대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 대통령은 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조 의원이 국회의장 출마를 위해 정무특보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글을 공유하며 "그간 수고 많으셨다. 언제나 함께 해주셨는데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조 의원의 강점은 초선 의원들 득표력에 있다는 시선도 있다. 조 의원이 22대 총선 당시 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을 맡아 당내 공천작업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이 세 번째 국회의장 도전인 조 의원은 지난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 당시 추미애 의원과의 단일화를 위해 용퇴했던 만큼 이번엔 반드시 완주해 의장직을 거머쥐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조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서 "세 번째 도전이자 여의도 정치 생활을 마감하는 마지막 도전"이라며 "선당후사의 자세로 단 한 번도 저 자신을 앞세우지 않았다. 민생과 성과로 증명하는 국회의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매주 목요일 국회 본회의 개최 △국민 참여 확대를 통한 국회 개혁 △국회의장 직속 미래 어젠다 자문위원회 등을 약속했다.
여러 시사 방송에서 '정치 9단'으로 불리는 5선 박지원 의원도 국회의장 도전에 나섰다. 박 의원의 최대 강점은 압도적인 대중적 인지도다. 이 때문에 이번에 처음으로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에 도입된 '권리당원 투표'에서 박 의원이 김 의원이나 조 의원보다 많은 표를 얻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박 의원이 80대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펼쳐졌을 때 국회의장으로서 진행이 힘들지 않겠냐는 시선이 당내 의원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박 의원의 최종 득표율을 결정할 변수로 꼽힌다.
박 의원은 '선명성'을 앞세우며 당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2월3일, '오늘 죽어도 좋다. 국회 최고령인 내가 끌려가서 불쏘시개가 되자'는 각오로 일부러 국회 정문을 뚫고 계엄 해제에 힘을 보태려 했다"며 "이는 제 정치 인생의 두 번째 덤이었다. 최고의 정치는 협치이지만 '윤어게인' 세력들은 배려하지 않겠다. 당장 6월부터 일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까지 세 후보 가운데 특정 후보로 표심이 쏠리는 '대세론'은 형성되지 않은 모양새다. 의원 투표에서는 김태년 의원과 조정식 의원이 호각세를 보이는 가운데 박 의원이 온라인 투표로 얼마 만큼의 당심을 얻는지가 최종 후보 선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은 2024년 6월 당규를 개정하면서 국회의장 후보 선출 시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를 의무화하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의장 경선은 개표가 이뤄질 때까지 예측할 수 없다"며 "세 후보 모두 막판 표심 잡기를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