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웹툰이 스페인어뿐 아니라 영어, 포르투갈어, 베트남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으로 번역돼 불법 유통된다. 이런 불법 사이트는 전 세계에 퍼져 있어서 국가를 특정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K-콘텐츠의 합법적 유통을 지원하는 저작권해외진흥협회(COA)에서 활동하는 관계자의 말이다. 협회는 수년째 전 세계의 K-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를 색출하고 폐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명 "대청소" 작업이다.
스페인어권 K-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투망가온라인' 갈무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협회는 최근 오랜 준비 끝에 스페인 사법당국과 함께 대규모 불법 사이트 투망가온라인(TuMangaOnline)을 폐쇄하는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사이트는 스페인어권 사용자들을 모두 빨아들인 '대어'로, 지난해 3월 한 달만 8600만 건의 방문 건수를 기록한 곳이다.
사이트 분석 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 사이트 가운데 32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스페인에서는 87위, 멕시코에서는 26위로 순위가 뛴다.
불법 사이트의 어두운 '인기'가 치솟을수록, 국내 웹툰 업계는 해외 진출을 더욱 주저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웹툰사들이 해외 진출 계획을 세우다가도 불법 유통 시장이 활개치는 상황에선 수익 창출이 어려울 것이라 결론 짓곤 한다"며 "국내 웹툰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라도 청소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소' 과정에서 뜻밖의 교훈을 얻기도 한다. K-웹툰의 저력과 인기에 걸맞은 공급망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불법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K-웹툰 수요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거꾸로 파악하게 됐다"며 "문제는 합법적 공급망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국내 웹툰 업계가 안은 숙제"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번에 색출된 불법 사이트로 인해 국내 웹툰 업계가 입은 피해만 수백억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다시 말해 사이트가 합법적으로 운영됐다면 국내 웹툰 업계가 그만큼의 수익을 얻었을 것이란 의미다.
이번 불법 사이트 폐쇄는 협회와 웹툰 회원사들 협동의 결과물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네이버웹툰, 레진엔터테인먼트, 리디, 키다리스튜디오, 투믹스, 탑코미디어 등의 회원사와 함께 협회는 재작년부터 고소장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해왔다.
고소장을 접수한 스페인 경찰은 현지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영장 집행 결과 사이트가 폐쇄됐고, 사이트 운영자는 현재 스페인에서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다.
한편 저작권해외진흥협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회원사를 대신해 해외에서 발생하는 우리 콘텐츠 저작권 침해에 대응한다. 이를 위해 한국저작권보호원, 미국영화협회(MPA) 및 산하 저작권 보호 조직인 ACE, 일본콘텐츠유통촉진기구(CODA) 등 국내외 유관기관들과 협력하고 공동 대응 등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