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는 비록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여전히 강성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 뉴스’는 9일 기준 구독자 84.5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우파 또는 극우 진영 안에서 ‘스피커’로서 그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는 얘기다.
벤 샤피로(왼쪽부터), 로라 루머, 고든 창. ⓒ인스타그램, 연합뉴스
이처럼 강한 팬덤과 정치적 파급력을 동시에 갖춘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역시 제도권 정치 바깥에서 막강한 여론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수 논객 또는 '온라인 선동가'가 적지 않다. 일부는 언론인이나 논객의 외양을 띠고 있지만, 대부분 온라인을 무대로 대통령과 정당의 정책 결정까지 직접 압박할 만큼 영향력을 자랑한다. 미국의 대표적 극우 스피커들을 살펴본다.
벤 샤피로(Ben Shapiro)
벤 샤피로. ⓒ인스타그램
미국 보수 진영의 대표 논객으로는 먼저 벤 샤피로가 꼽힌다. 그는 198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뒤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10대 시절부터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변호사 활동보다 미디어와 논객 활동에 무게를 두며 본격적으로 대중 정치 영역에 진입했다.
그의 대중적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진 계기는 2015년 공동 창업한 보수 성향 미디어 회사 데일리 와이어와, 이를 기반으로 한 팟캐스트·라디오 활동이었다. 특히 ‘밴 샤피로 쇼’는 미국 보수 진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유튜브 기준으로도 그의 채널은 현재 약 709만 명 수준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샤피로의 영향력은 단순히 화려한 이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빠른 말투, 공격적인 토론 방식, 이념적 쟁점을 선명하게 전면화하는 화법이 그의 핵심 자산이다. 대학 강연과 방송 출연, 온라인 토론 영상이 반복적으로 확산되면서 강한 팬층과 강한 반대층을 동시에 만들어냈고, 그 결과 그는 미국 보수 진영의 대표적 ‘논쟁형 스피커’로 자리매김했다.
정치적으로도 그는 일관된 ‘트럼프주의자’라기보다, 선택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결합해 온 인물에 가깝다.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의 인격과 정치 스타일을 공개 비판하며 거리를 뒀지만, 2020년 이후에는 민주당 정부 견제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트럼프 지지 진영으로 이동했다. 2024년 대선 국면에서도 한때 다른 대선 후보인 론 디샌티스를 지지했으나, 경선 이후에는 다시 트럼프를 지원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다만 그가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도 언제나 무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는 2025년 트럼프의 ‘상호 관세’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며,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정책을 둘러싼 균열이 존재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로라 루머(Laura Loomer)
로라 루머. ⓒ인스타그램
보다 노골적이고 과격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는 로라 루머가 꼽힌다.
그는 이른바 '마가'(MAGA) 진영의 대표적 온라인 인플루언서로, 극단적 음모론과 혐오 발언, 선동적 정치 메시지로 존재감을 키워왔다. 1993년생인 그는 대학 시절부터 반이슬람 음모론 성격의 콘텐츠를 퍼뜨리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각종 정치 퍼포먼스와 극단적 발언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했다.
루머의 특징은 단순한 ‘강성 지지자’ 수준을 넘어, 실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특히 2025년에는 그가 트럼프와 직접 면담한 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 라인의 핵심 인사였던 알렉스 웡의 거취에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공식 직함도, 선출 권력도 없는 인물이 대통령과 직접 접촉하고 인사 문제에까지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정치권 안팎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그의 파급력은 소셜미디어에서도 확인된다. 현재 엑스(X, 옛 트위터)에서 188.6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으며, 온라인상에서는 트럼프 핵심 지지층의 감정과 분노를 가장 직설적으로 대변하는 인물 중 하나로 통한다. 반면 유튜브에서는 혐오 발언과 음모론성 콘텐츠 문제로 계정이 여러 차례 제재를 받으면서 플랫폼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제한돼 왔다.
특히 그는 2025년 6월 한국 대선 이후에도 한국 정치를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두고 “한국에 공산 정권이 세워졌다”는 식의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한국 정치까지 미국식 극우 프레임으로 재단하려 했다. 이는 미국 극우 인플루언서들이 이제 자국 정치에만 머무르지 않고, 동맹국의 정치 변화까지 ‘이념 전쟁’의 일부로 소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고든 창(Gordon Chang)
2025년 미국 보수 진영 행사 '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에 참석한 고든 창. ⓒ연합뉴스
고든 창은 앞선 두 인물과는 결이 다르지만, 미국 보수 진영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해 온 대표적 강경파 논객이다. 그는 중국계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출신 인물로, 오랫동안 대중적으로는 ‘중국 붕괴론자’ 혹은 ‘반중 강경론자’ 이미지로 알려져 왔다.
그를 상징하는 대표 저서는 2001년 출간된 ‘중국의 몰락’다. 당시만 해도 미·중 관계가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악화되기 전이었지만, 그는 일찍부터 중국 공산당 체제의 불안정성과 붕괴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2000년대 초반 반중 저술가로 전환했을 당시 월간지 ‘National Interest’에 글을 기고 했으나 이런 주장이 다소 주변적인 목소리로 취급됐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본격화한 2020년 이후부터는 미국 보수 진영의 정서와 정확히 맞물리며 존재감이 커졌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기원론, 중국 위협론, 미중 패권 경쟁 등과 같은 이슈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유튜브 개인 채널을 크게 키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대신 각종 방송과 팟캐스트, 보수 성향 미디어에 반복적으로 출연하며 일종의 ‘반중 전문가’로 행세하고 있다.
2025년 미국 보수 진영 행사인 '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 등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확인됐다. 트럼프가 직접 그를 '위대한 고든 창'이라며 치켜세우는 장면은, 미국 보수 정치가 이제 단순한 국내 이슈를 넘어 중국 견제와 반중 정서를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극우 스피커란...
결국 전한길과 미국의 이들 인물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들은 더 이상 단순한 ‘유튜버’나 ‘논객’이 아니다. 정당 바깥에서 여론을 선동하고, 지지층의 분노를 결집하며, 때로는 제도권 정치인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공식 정치 행위자에 가깝다.
그리고 이들의 힘은 대개 사실관계의 정확성보다, 분노를 얼마나 선명하게 조직하느냐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전한길의 탈당 역시 정치적 퇴장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자유로운 장외 스피커로 이동하는 과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