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이끄는 카카오뱅크는 분명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장의 폭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시장은 그동안 카카오뱅크를 단순한 은행이 아닌 '가치주'로 바라봐왔다. 그리고 가치주의 밸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폭발적 성장을 이어갈 이른바 '넥스트(Next)' 비전의 제시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보듯 현재 카카오뱅크의 '숫자'가 보여주는 넥스트는 그리 밝지 못하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카카오뱅크의 성장을 위한 두 개의 비단주머니를 열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이런 상황에서, 윤 대표가 두 개의 비단 주머니를 열었다. 바로 'AI(인공지능)'와 '글로벌'이다.
단순한 은행을 넘어 압도적인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해 뚜렷한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특기할만한 점은 윤 대표의 두 가지 비단주머니가, 결국 '플랫폼'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 AI로 '슈퍼앱 모순' 돌파, 'AI 네이티브 뱅크'로 진화
윤 대표가 내세운 첫 번째 돌파구는 AI를 통한 '슈퍼앱의 모순' 돌파와 서비스의 양적·질적 팽창이다.
윤 대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대한민국 경제활동인구의 90%가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가진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말하는 수치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더 이상 가입자를 늘리기 어려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이기도 하다.
카카오뱅크가 퇴직연금 시장 진출과 올해 하반기 '결제홈' 출시 등을 통해 수신(돈을 보내고 모으는 것) 중심에서 결제와 투자(쓰고 불리는 것) 영역으로 확장을 선언한 이유다.
윤 대표는 여기서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화면이 복잡해지는 이른바 '슈퍼앱의 모순'을 꺼내들었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고객이 직접 탐색하는 도구로서의 금융 앱을 넘어, 독점적 데이터와 자체 금융 대형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대화형으로 맞춤형 투자를 제안하고 지출을 관리해 주는 초개인화 비서인 'AI 네이티브 뱅크'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재미있는 점은 현재 금융권의 '슈퍼앱' 트렌드는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의 플랫폼화를 주도하며 불을 지폈고, 이후 시중은행들이 이를 다급히 뒤따라온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은행의 '플랫폼화'를 선도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바로 MAU(월간활성이용자 수)"라며 "그동안 은행들의 실적 이야기는 당기순이익 등 재무적 지표에만 집중돼있었지만 카카오뱅크의 등장 이후 MAU라는 매우 '플랫폼적인' 단어가 은행들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은행의 플랫폼화를 주도했던 카카오뱅크가, 그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AI라는 '전가의 보도'를 들고나온 셈이다.
◆ 자본 대신 '플랫폼 기술' 수출, 몽골 등 새로운 프론티어 개척
두 번째 돌파구는 '자본'이 아닌 '플랫폼 기술' 수출을 통한 글로벌 영토 확장이다.
일반 시중은행들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해외 지점을 세우거나 인수합병(M&A)을 하는 하드웨어적 확장을 택했다면, 카카오뱅크는 자신들의 강점인 UI/UX(사용자 환경·경험) 노하우와 대안신용평가모형(CSS)을 현지에 이식하는 소프트웨어적 확장을 선택했다.
이는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에 탁월한 인터넷전문은행만의 진출 방정식으로 평가받는다. 은행으로서의 강점이 아니라 플랫폼으로서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는 방식인 셈이다.
이러한 전략은 이미 오프라인 인프라 없이 모바일로 직행하는 '립프로그(Leap-frog)' 시장인 동남아시아에서 성과를 입증했다.
동남아 슈퍼앱인 '그랩'과 손잡고 지분 10%를 투자한 인도네시아 '슈퍼뱅크'는 카카오뱅크의 UI/UX 노하우 전수 덕분에 9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가입자 5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상장 이후 시가총액 2조 5500억 원(투자 당시 대비 3배) 규모로 훌쩍 성장했다. 태국에서도 SCBX 컨소시엄을 통해 선도적 플랫폼 가상은행 진출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SCBX의 합작 은행인 '뱅크X'는 내년 상반기 내로 영업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26년 새로운 개척지로 '몽골'을 제시했다. 몽골 현지 금융기관에 카카오뱅크의 핵심 기술인 CSS를 이식하여 포용금융의 가치를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인터넷뱅크의 탄생 10년 동안 비대면 금융의 편리성이 매우 확장됐지만 그동안 몇가지 모순들도 쌓여가고 있었다"라며 "이번 발표는 그런 모순들을 해결하고 이후 10년의 금융, 미래 금융의 모습을 나름대로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