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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재생에너지 전환'이 정치권의 화두로 급격히 떠올랐다.

정부여당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화석연료 의존을 탈피할 재생에너지로의 '체질 개선'을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실책으로 규정하며 '원전 생태계 복원'을 앞세우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이 불붙인 ‘재생에너지 전환’ 논쟁 : 여권 “전환 서둘러야” vs 국힘 “원전 더 지어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정부가 마련한 전쟁 추가경정예산안(전쟁 추경)에는 수천억 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확대 지원 예산이 담겨있어 여야의 에너지 전환 기조 대립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전쟁 추경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면서 여야가 본격적인 추경안 심사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원내지도부 회동을 통해 오는 10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을 보면 △재생에너지 금융지원(2204억6900만 원) △가정·주택·건물·학교 태양광 설치비 지원(623억8천만 원) △도서지역 재생에너지 및 자가발전 시설 운영 지원(363억2400만 원) 등 재생에너지 확대 지원 예산 규모는 약 3848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중동 정세 불안정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 더는 화석연료에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보고 재생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올린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번 미국과 이란 전쟁이 끝난다 해도 화석연료에 지나치게 의존한 경제 구조는 언제든 다시 위기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우리나라가 1년에 그런 화석연료 수입으로만 200조 원 넘게 쓰고 있다”며 “그걸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 들어오는 햇빛과 바람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면 200조에 가까운 돈이 국내에서 돌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3월30일 제주 타운홀미팅에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문제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저도 잠이 안 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재생에너지로 정말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추경에 재생에너지 확대 지원을 담은 것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전쟁 추경의 본질은 서민 경제의 단기적 고통 분담이고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중장기 과제를 끼워 넣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의 문제 제기는 결국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는 방향에 대한 반대로 모아진다. 에너지 믹스(mix)에서 원자력 발전(원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25일 페이스북에서 “좌파야, 그러게 원전 더 지었으면 호르무즈 걱정 덜하고 있을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3월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생활물가 폭등의 원인을 “문재인 정권 시절 탈원전한다면서 멀쩡한 원전을 다 멈춰 세운 결과”라며 “그나마 지난 정부에서 원전 생태계를 복원해 놓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심각한 위기를 맞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원전 확대를 기조로 에너지 믹스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곧바로 국민의힘 주장을 반박했다.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야말로 순수한 국내 생산 에너지로써 석유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인데 ‘색깔론’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을 언급한 뒤 “극우에서 재생에너지 공격하는 짓만 덜 했어도 석유의존도/에너지수입의존도가 많이 개선됐을 텐데 반성이 없다”며 “태양광, 풍력이야말로 순수 국산 에너지”라고 비판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재생에너지는 석유의 대안이 아니어서 그렇게 짓밟았나”라며 “원전 거의 100기를 돌리고 있는 미국은 호르무즈 봉쇄를 걱정할 필요 없나”라고 반문했다.

정치권의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란 전쟁이 불붙인 ‘재생에너지 전환’ 논쟁 : 여권 “전환 서둘러야” vs 국힘 “원전 더 지어야”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20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환경매체 인사이드 에콜로지(Inside Ecology)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생한 뒤 "세계 경제는 여전히 에너지의 80%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무기화(weaponization of energy)에 취약하다”며 “태양광과 풍력은 기술과 자본만 있다면 국산화가 가능해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고 짚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추경을 시작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당장 내일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파괴된 중동의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복구되고 이전과 같은 원활한 수급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번 에너지 위기를 교훈과 기회로 삼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에너지 전환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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