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 이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연달아 진 회장의 연임 안건에 찬성 의견을 내면서 진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금융권에서는 ‘진옥동 회장의 연임 경쟁자는 진옥동 회장 자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연임을 당연한 수순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총회가 열렸고, 진 회장은 출석 의결권 기준 88%, 의결권 있는 주식 총 수 기준 73.2%의 높은 찬성률로 연임에 성공했다. 이 주주총회에서 신한금융지주는 파격적 주주환원책을 꺼내 들며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2기 체제가 닻을 올렸다. ⓒ허프포스트코리아
하지만 주주환원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행보와 달리, 지배구조 개선 부문에서는 그다지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적 의무사항을 이행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뚜렷하게 진일보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 ‘역대급’ 10조 원 규모 감액배당, 밸류업 선도하는 파격적 주주환원
진옥동 2기 체제를 맞이한 신한금융은 시작부터 '역대급' 감액배당 카드를 꺼내 들며 주주환원의 새 역사를 썼다. 신한금융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 9조8659억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비과세 배당을 위한 재원 마련의 목적이었다.
규모도 압도적이었다. 우리금융지주 6조3천억 원, 하나금융지주가 7조4천억 원, 심지어 '리딩금융'인 KB금융지주조차 7조5천억 원 수준의 자본을 감액했다는 것을 살피면, 신한금융지주가 10조 원에 육박하는 감액배당 '탄창'을 장전한 것은 단연 눈에 띄었다.
2025년 실적 기준 총주주환원율 역시 당초 시장의 예상치(50% 근접)를 뛰어넘어 50%를 초과 달성하면서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확고한 ‘밸류업 선도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 지배구조 개선은 상법 개정에 맞춘 ‘의무 이행’ 수준
주주환원 부문에서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의결된 지배구조 관련 안건들이 대부분 상법 개정에 따른 '강제 사항'을 이행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주주총회를 통과한 지배구조 관련 안건은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결권 대리행사(위임장) 전자문서 허용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 모든 내용들이 제도 변화에 맞춘 '후행적 조치'라는 것이다. 독립이사 명칭 변경과 전자주주총회 도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모두 2025년 7월 제 1차상법개정안으로 '의무화' 된 내용들이다. 이 가운데 전자주주총회 도입의 의무 적용은 2027년부터이긴 하지만, 역시 상법개정에 따른 조치라는 점에서 선도적 지배구조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독립이사(옛 사외이사) 진용의 변화도 크지 않았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된 독립이사 5명 가운데 실제 교체된 인원은 2명에 불과해 기존 이사회의 큰 틀이 유지됐다.
그럼에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과감한 이사회 재편은 이뤄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들의 경우 독립이사만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Nominating/Corporate Governance Committee)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다. 미국의 지배구조위원회는 독립이사 후보 추천 기능과 함께 기업지배구조 원칙 수립, 이사회 평가, 정관 등 지배구조 전반을 다루는 핵심 조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ESG위원회가 환경·사회 이슈까지 모두 떠안으면서 지배구조 논의는 ‘ESG 등 안건 검토’ 수준으로 뭉뚱그려지고, 미국 지배구조위원회의 기능 가운데 후보 추천 기능만 분리된 형태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
신한금융지주 역시 책임과 견제 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만한 지배구조위원회 신설 등은 이번 안건에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신규 선임된 독립이사 자리에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던 '경쟁사 임원 출신'을 발탁하며 업계 전문성과 견제 기능을 확충한 점은 긍정적 대목으로 꼽힌다.
◆ 선제적 ‘특별결의’ 도입 무산, 특별결의 '실효성' 논란 속 남은 아쉬움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선진화의 일환으로 화두를 던졌던 '회장 연임 시 특별결의 도입' 안건이 주주총회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만약 신한금융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연임 특별결의 정관 변경안을 선제적으로 상정하고 의안 배치 순서를 앞당겼다면, 진옥동 회장의 이번 연임 안건부터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모범적인 거버넌스를 보여줄 기회였던 셈이다.
물론 이는 신한금융지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금융지주들은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어떤 곳도 연임 특별결의 도입 안건을 논의하지 않았다. 우리금융지주만이 연임이 아니라 3연임 시에만 특별결의를 도입하도록 제한적으로 정관을 변경했을 뿐이다.
한쪽에서는 진옥동 회장의 연임안이 상법상 특별결의 요건(출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을 가뿐히 넘어서는 압도적 찬성을 얻었다는 점에서 특별결의 도입을 하지 않은 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들의 주주총회 이후로 지배구조개선TF의 개선안 발표를 연기한 것이 연임시 특별결의 도입 등의 실효성에 대해 민간 금융회사들과 주주들을 명확하게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진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안이 전부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된 것을 살피면, 특별결의 도입이 금융지주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유의미한 개선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지주 회장 연임시 특별결의 도입 논의의 목적을 오해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특별결의 제도의 본래 취지는 지금 당장 회장의 연임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회장 연임 안건에 대해서만큼은 검증을 더욱 깐깐하게 하자는 '거버넌스 강화'에 있다는 점에서 회장 연임 안건의 실제 찬성률이 해당 정관변경 논의의 의미를 없애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