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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사이 전쟁이 한 달을 넘겼다. 애초 미국은 이란의 핵무장 해제, 탄도미사일 폐기, 정권교체를 목표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목표들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이슈만 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제는 결국 호르무즈 이야기만 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이제는 핵, 미사일, 정권교체 아니다' : 결국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하나 남았다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협상하는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러스트. AI 이미지.

이란 최고지도자실 노선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란 일간지 카이한(Kayhan)은 29일(현지시각) 이브라힘 카르하네이 전 의원의 기고문을 통해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와 '중동지역 미군 철수'를 핵심으로 하는 9가지 종전 전제조건을 공개했다.

카르하네이 전 의원은 "중동지역 안에 모든 미군 병력을 철수하고 군사기지를 폐쇄해야 한다"며 "아울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모든 선박들에 대해 통행료를 징수하는 조건이 종전협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파키스탄을 중재국으로 내세워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자유통행 등을 포함한 15개 항목의 종전안을 제안했다. 이에 이란 쪽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담은 역제안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이미 현실화된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 : '200만 달러' 내고 가시오

미국 뉴스채널 폭스뉴스는 22일(현지시각) 이란 국영방송 IRIB를 인용해 이란정권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이미 일부 유조선에 통행료 200만 달러(한화 약 30억 원)를 부과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안보위원회 소속 알라에딘 보루제르디 이란 의원은 IRIB와 나눈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부 선박에 통행료 200만 달러를 징수하는 것은 이란의 국력을 반영하는 것이다"며 "전쟁에는 비용이 따르는 만큼 자연스럽게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루제르디 의원은 이 조치가 이미 시행에 들어갔으며, 수십년 만에 호르무즈 해협의 주권체제가 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번 통행료는 달러가 아닌 '중국 위안화'로 결제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란은 의회 입법을 통해 '전쟁 비용 보전'과 '안보유지 비용' 명목으로 통행료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호르무즈 통행료가 고착화되는 방향으로 매듭지어지면 이란이 벌어들일 수익은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전쟁 개전 전 하루 평균 140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선박 당 200만 달러의 통행료는 연간 최대 1천억 달러(한화 약 150조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의 경우, 중간급 컨테이너선이 약 80만 달러(약 12억 원),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는 150만 달러(약 22억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란이 요구하는 200만 달러는 기존 국제 운하통행료와 비교해 봐도 2배를 넘는 높은 비용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국제법상 불법 

미국-이란 전쟁 '이제는 핵, 미사일, 정권교체 아니다' : 결국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하나 남았다
모즈타바 하마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I 이미지

이란의 통행료 징수 시도는 이미 국제법상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와 다르게 인공적 구조물이 아니라, 자연지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크라스카 미국 해군대학원 국제해양법 교수는 29일(현지시각) CNN과 나눈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해협이므로 모든 국가의 통행권이 보장돼 있어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며 "이란의 통행료 부과는 국제법상 통행권 규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유엔주도로 국제사회가 1982년 체결한 '바다의 국제법'인 유엔해양법협약(UNCLOS) 38조는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 선박의 통행권은 보장되며, 통행료 부과는 통과하는 선박을 위해 특별히 서비스를 제공할 때만 허용한다.

이란의 통행료 징수 움직임을 두고 미국은 공식적으로 반발하면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각)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외무장관 회의 참석 뒤 기자들에게 "이란 전쟁과 작전이 끝난 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국제사회에 돈을 지불하고 허락을 받아야만 통과할 수 있다고 결정한다면, 이는 국제법 및 해양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딜레마 : 군사작전은 늪에 빠지는 일, 협상은 불리한 일

미국-이란 전쟁 '이제는 핵, 미사일, 정권교체 아니다' : 결국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하나 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I 사진

이란이 호르무즈 통행료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지상군을 투입해 호르무즈 해협 인근 7개 섬을 점령해 해협 개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보인다. 하지만 미군이 섬을 장악할 순 있어도 점령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7개 섬은 호르무즈 해협을 따라 아치형으로 배치돼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데 핵심 요충지로 꼽힌다. 이란은 이들 섬을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여기면서 군사거점으로 만들어와 점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설령 미군이 이 7개 섬을 점거하더라도 이란 본토에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할 경우 피해가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협상'뿐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 협상은 파키스탄, 이집트, 튀르키예가 중재하는 간접채널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의 '통행료 징수'를 잠재울 다른 선물이 있을지 물음표가 붙는다.

미국 지상파 abc방송은 27일(현지시각) "미국과 이란 모두 극단적 최대주의(maximalist) 입장에서 협상을 시작하고 있어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며 "미국의 핵·미사일 포기 요구와 이란의 호르무즈 주권 요구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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