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인사 칼바람이 불고 있다. 임원 3분의1에 퇴임 통보가 날아들었고, 자회사 대표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지 사흘 만에 사퇴했다. 모두 KT의 새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이다.
박윤영호 KT가 출범하면서 '리더십 정비'를 제1과제로 꺼내들었다. 이를 통해 그간 사실상의 경영 공백을 겪었던 후유증을 빨리 털어내려는 모습이다. 박윤영 신임 KT 대표이사 사장은 3월31일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 의결권 기준 97.5%의 찬성을 얻어 공식 선임됐다.
박윤영호 KT가 출범하면서 '리더십 정비'를 제1과제로 꺼내들었다. ⓒKT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박윤영 KT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직후 리더십 전면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 사장 공식 취임 전 KT는 몇몇 자회사 인사를 단행했는데, 여기 박 사장의 의지가 반영되지 못하고 김영섭 전 KT 대표이사 사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박 사장이 취임 당일 발표한 2026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는 이런 업계의 평가를 일거에 날려 보내기 위한 과감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고경영책임자(CEO) 직속 부서장은 전면 교체됐고 기존 임원급 조직도 30%가량 축소됐다. 7개로 나뉘어 있었던 광역본부 체제는 각각 4개 권역으로 편입됐다.
과감한 조직 개편의 핵심은 '속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사 당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박 사장은 "말과 형식보다 속도와 실행으로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B2B(기업간거래)와 AX(인공지능전환) 영역에 젊은 리더십을 중용한 것도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이번에 승진한 부사장 가운데 1972년생으로 가장 젊은 김봉균 KT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계열사 대표 인사에도 한바탕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조일 KT스카이라이프 대표는 주총에서 선임된 지 사흘 만에 사의를 표명했는데, 여기 박 사장이 '자신만의 인사'를 추진하려는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KT스카이라이프 노동조합은 "부당한 인사 개입"이라며 반발했지만 박 사장은 KT 주총 당일 지정용 KTCS 대표이사를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내정자로 지목하며 인사 의지를 관철시킬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의 전사적 리더십 재편이 노리는 것은 결국 '인공지능(AI) 경쟁력 회복'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AI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며 치고 나가는 동안, 리더십 공백을 겪은 KT는 경쟁사와 달리 'AI 존재감'을 잃어간다는 지적을 받았다.
SK텔레콤은 '1인 1 AI 에이전트' 전략으로 에이닷 기반 업무·마케팅 플랫폼을 잇따라 출시했고, LG유플러스는 AI컨택센터(AICC) 사업을 외부로 확장하며 B2B 매출을 지난해 5월 기준 200억 원대 규모로 키워낸 상황이다.
반면 KT는 과거 AI 스피커나 AI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그룹 차원의 명확한 AI 비전과 강력한 리더십이 실종되면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6G 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사업에 KT가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하지 못한 것도 AI 격차를 지적하는 주요 근거다.
결국 박 사장이 임직원 메시지에서 'AX 플랫폼 컴퍼니'라는 슬로건으로 강조했듯 KT의 중장기 핵심 목표는 AI 전환을 통신 본원 경쟁력과 연결해 실질적 성과를 숫자로 입증하는 것이다. 순차적으로 진행될 주요 KT 계열사 인사에서도 AI 전략이 가장 우선적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