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혁재가 국민의힘의 ‘청년 비례 공개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그의 과거 행적을 둘러싸고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왜 하필 이혁재가 심사위원으로 발탁된 것일까?
2009년 우면동 EBS 방송센터에서 '60분 부모' 기자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봄 개편을 맞아 새 MC를 맡은 이혁재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왼쪽),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왼쪽부터) 송언석 원내대표, 장동혁 대표, 신동욱 의원이 참여했다. ⓒ연합뉴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광역의원 비례대표 청년 오디션 본선 진출자를 확정한 뒤 본선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했다. 당 조직부총장인 강명구 의원이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인재영입위원인 조지연 의원을 비롯해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송석우씨, 정준하 전국백년소상공인연합회 대외협력국장, 김채수 중앙대 학생위원장, 그리고 방송인 이혁재 등이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치권 인사에만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온 인물들로 심사위원단이 꾸려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당은 이번 인선에 대해 “정치권 인사에 국한하지 않고 방송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공개 오디션 출신 국회의원 등 여러 분야의 외부 인사를 포함해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한 정치적 평가를 넘어 대중성과 실전 경쟁력까지 함께 고려해,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청년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설명과 함께 국민의힘은 이혁재를 인하대 기계공학과 출신의 MBC 공채 개그맨이자 유튜버로 소개했다. 실제로 그는 오랜 방송 경력과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오디션 형식의 정치 이벤트에 화제성을 더할 수 있는 카드로 읽힌다.
무엇보다 이혁재는 그동안 여러 방송과 공개 석상에서 보수 성향의 정치적 입장을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내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연예인 출신이라는 점을 넘어, 정치적 메시지를 직접 발신해온 ‘친야권 성향 대중 인사’라는 상징성까지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발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그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강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표시해 왔다. 그는 “연예인은 한 번의 실수에도 법적·도덕적 책임을 지는데, 정치인은 대법원 판결이 나와도 책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이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공표 사건을 겨냥한 것으로보인다. 이재명 당시 대표는 2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대법원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당했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끈 대법 판결은 곧바로 ‘사법부의 대선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금도 이로 인해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또는 탄핵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의 정치적 색채는 최근 들어 더욱 분명해졌다. 2025년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이 정점에 달했을 당시, 그는 유튜브 프로그램 ‘일요서울TV’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민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국민은 이미 그 패턴을 학습했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혁재는 단순한 ‘연예인 심사위원’이 아니라, 윤어게인 세력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선택된 것이라는 풀이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다만 문제는 그의 극단적 정치성향에 머물이 않는다. 이혁재는 2010년 룸살롱 종업원 폭행 사건으로 큰 물의를 빚은 뒤 사실상 방송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후에도 각종 채무 분쟁에 휘말렸고, 지난해 12월에는 3억 원대 사기 혐의로 피소된 사실까지 알려졌다. 그에 앞서 2015년과 2017년에도 억대 채무 미변제 문제로 소송과 고소를 당한 전력이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3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중앙청년위원회·중앙대학생위원회·전국청년지방의원협의회 합동발대식에 참석해 송언석 원내대표,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 등 참석자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민의힘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텐데 국민의힘이 이혁재를 선택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으로 보수 진영을 지지해온 연예인 가운데 대중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갖춘 인물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방송인 김흥국은 반복된 음주운전 전력으로, 가수 JK 김동욱은 이중국적 논란 등으로 더 큰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이자 배우인 최시원 역시 SNS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온 바 있지만,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공개적 정치 행보를 용인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왼쪽부터) 방송인 김흥국, 가수 JK김동욱, 가수 최시원. ⓒ연합뉴스
결국 이번 인선은 국민의힘이 말하는 ‘청년 인재 선발’이 과연 지지층 확장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지지층 내부 결속을 위한 것인지 되묻게 만든다.
한편 이혁재는 자신의 심사위원 발탁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자 직접 입장을 밝혔다.
이혁재는 이날 오후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30대 시절 과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단 한 번의 잘못된 판단과 실수로 그 모든 영광을 잃었다”며 “법치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매서운 회초리를 온몸으로 맞으며 지난 10여 년간 낮은 자세로 자숙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은 실패를 겪은 이들에게도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는 건강한 나라여야 한다”며 “성공의 환희와 처절한 실패의 고통,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낸 경험과 노하우를 이번 오디션에 모두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이혁재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슬로건으로 제 진심을 전하고 싶다”며 “Just Do It”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