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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산업이 태광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아 경영 체제 재정비에 나섰다. 애경그룹 오너 일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태광 측 경영진이 새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다만 애경산업 기존 경영진은 대부분 자리를 유지했다. ‘2080치약 사태’ 당시 재임했던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이사 전무 역시 유임돼 회사를 계속 이끌고 있다.

이 사태로 애경산업은 행정 제재를 받고 관련 제품이 회수 조치되는 등 경영에 실질적 영향을 받았다. 이 여파는 올해 실적에 일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까지 이어진 실적 하락 흐름을 고려할 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김 대표가 관련 이슈를 관리하는 동시에 글로벌 사업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평가다.

태광그룹이 새 애경산업 출범하며 2080치약 사태 '주역'들 재기용 : '화장품 전문성' 내세우지만 최근 2년 이익 급락
김상준 애경산업 대표이사 전무가 태광그룹에 인수된 애경산업에서도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연합뉴스

애경산업은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태광산업과 인수합병(M&A)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번 주총은 인수 작업의 최종 단계로 태광그룹 체제에서의 출발을 공식화하는 자리다. 앞선 인수 과정에서는 ‘2080치약 리콜 사태’에 따른 가격 재협상이 진행되면서 거래 종결 일정이 계획보다 지연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19일 두 기업은 이사회를 통해 종결 시점을 3월로 조정한 바 있다.

이날 주총에서는 경영진 구성에도 일부 변화가 있었다. 기존 애경그룹 오너가인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고 태광그룹 측 인사가 새롭게 합류했다. 인수·통합(PMI) 전문가로 꼽히는 정인철 태광산업 미래사업총괄 부사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눈에 띄는 점은 애경산업에 재직하고 있던 임원진 대부분이 자리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사내이사 역시 기존 애경산업 인사들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김상준 대표를 비롯한 기존 경영진이 당분간 회사 운영을 이어가는 체제가 유지됐다.

태광그룹은 화장품 사업이 그룹 내에서 비교적 새로운 영역인 만큼 초기 안정적 사업 안착을 위해 관련 경험을 보유한 인력을 중심으로 경영 체제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애경산업 경영진은 화장품 분야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경영 안정성을 고려해 기존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태광산업이 화장품이나 유통 분야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이 분야에 강점을 가진 인물들에게 경영을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태광그룹은 화장품 계열사 ‘실(SIL)’을 지난해 8월 설립하는 등 비교적 최근 관련 분야에 진출했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축적된 전문 인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초대 대표이사에 오른 김진숙 실 대표 역시 글로벌컨설팅업체 커니와 삼성전자 등을 거친 신사업 전문가로 평가되지만 화장품업계에 대한 직접적 경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배경은 기존 경영진 유지 결정과 맞물려 앞으로의 성과에 대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대표가 화장품 산업의 전문가로서 새로운 체제 안에서 뚜렷한 변곡점을 만들어 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취임한 2023년부터 애경산업은 뚜렷한 실적 반등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가 취임한 지 1년째 되는 2024년 매출은 6790억 원으로 전년보다 1.5% 증가하는데 그쳤고, 지난해에는 6545억 원으로 5.8% 감소했다. 

여기에 수익성도 악화됐다. 영업이익은 2024년 468억 원으로 전년보다 24.4% 감소한 데 이어, 2025년에는 211억 원으로 다시 전년보다 54.9% 줄었다. 중국 시장 부진과 내수 소비 둔화 등의 영향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처럼 실적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애경산업은 글로벌 사업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경산업은 이날 열린 주총에서 적극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뷰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매출의 32% 수준이던 화장품 매출 비중을 2028년까지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일본에서는 대표제품인 쿠션 파운데이션 ‘에이지투웨니스(AGE20’S)‘는 지난해 11월 현지 코스트코 점포 37개와 온라인에 입점하며 유통망을 넓혔다. 미국에서는 2일 최대 유통채널인 월마트에 헤어케어 브랜드 ‘케라시스’ 납품을 시작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영국 유통채널 퓨어서울 입점과 함께 지난 2월 아마존에 입점했고, 최근에는 박람회에 참가하며 현지 유통사와 리테일 파트너를 대상으로 기업간거래(B2B) 비즈니스 매칭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업 조직도 개편했다. 기존 화장품과 생활용품으로 나뉘었던 사업부는 메이크업과 스킨케어, 퍼스널뷰티, 홈케어·덴탈케어 등으로 세분화됐고 마케팅 전문 조직도 신설됐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확장 전략과 실적 목표에 ‘2080치약 사태’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순 일회성 이슈를 넘어 행정 제재로까지 이어지면서 실적 부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일 트리클로산 검출과 회수절차 미준수 등을 이유로 애경산업에 수입 업무정지 처분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3월18일부터 관련 품목에 대해 4개월15일, 전체 품목에 대해 3개월의 수입 업무정지가 적용되고 있다.  

이 조치는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에 따른 것으로, 해당 기간에는 수입식품 등의 수입·판매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이에 따라 일정 기간 매출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기존 재고를 활용한 판매가 일부 가능하더라도 ‘2080치약’의 실적 공백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더해 내부적으로는 품질과 공급망 관리 문제가 지속적 경영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2080브랜드 치약에서 사용 금지 원료인 트리클로산이 검출되면서 공급망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애경산업은 책임이 제조사에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주요 제품에서 반복되면서 브랜드 신뢰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이어 유사한 성격의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유통사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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