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6선 중진인 주호영 의원이 '대구시장 무소속 출마'라는 파격적인 선택지를 앞데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컷오프(경선 배제) 결정에 그의 무소속 출마가 여부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인의 정치 생명뿐 아니라 대구시장 선거, 보수 진영 전체의 역학 구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이정현 공관위원장 주도로 이뤄진 저에 대한 대구시장 후보 경선 컷오프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며 “내일(27일) 오후 2시30분 심문기일이 잡혔고 가까운 시간 안에 법원의 결정이 있을 걸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단순히 개인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을 위시한 당 지도부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주 의원의 정치적 고향이자 견고한 지지 기반인 대구시장 공천 과정에서 벌어진 ‘인위적 배제’를 결코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주 의원은 “제가 보복, 표적 공천의 피해자가 됐기 때문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을 사당화하려는 정략적 사천에 맞서 싸우는 것이고 더 근본적인 건 국민의힘의 악의적 공천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라는 선택지도 고려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주 의원은 기자회견 뒤 백브리핑에서 탈당이나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가처분이 받아들여질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 너무 많이 판단해보진 않았다”면서도 “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으로 대신하겠다”고 대답했다.
정치권에서는 법원이 정당의 공천 결정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많다. 이 때문에 이번 주 의원의 가처분 신청은 사실상 무소속 출마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주 의원이 무소속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질 경우, 그 결과에 따라 정치적 위상은 극과 극을 달릴 전망이다.
주 의원의 승부수가 성공한다면 중앙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영남권의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인물로 떠오른다. 반대로 선거에서 3자 구도가 형성돼 결과적으로 대구시장 자리를 민주당에 넘겨주게 된다면 그의 정치이력 종착지는 ‘배신자 프레임’의 덫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주 의원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친한(친한동훈)계’와 연대할지 여부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 의원의 무소속 출마와 한 전 대표의 대구 수성갑 보궐선거 출마를 묶은 '주·한 연대'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주 의원의 지역구가 대구 수성갑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월27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는 주 의원의 무소속 출마를 계기로 '주·한 연대'를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테면 한 전 대표가 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 보궐선거에 도전한 뒤 두 사람이 함께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보수 재건’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펼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실제 한 전 대표는 전날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우리는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 의원은 한 전 대표와의 연대설에는 선을 긋고 있다. ‘주·한 연대설’이 강해질수록 자짓 ‘반(反) 국민의힘 세력 결집’으로 비춰져 보수 지지층 내 역풍을 불러올 것을 경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 주 의원은 이날 한 전 대표와의 연대에 관한 질문에 “제코가 석자인데 무슨 다른 생각할 여지가 있겠나. 한 전 대표와 만나거나 연락한 적도 없다”며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제가 대구시장 후보가 된 뒤 4월30일 이전에 사퇴하면 재보궐이 생기고 그 이후에 사퇴하면 재보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미리 전제로 답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만일 주 의원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당선되는 동시에 한 전 대표가 주 의원의 지역구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한다면 ,보수 진영 내 권력 지형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지방선거를 넘어 향후 국민의힘 당권의 향배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주 의원이 막상 무소속 출마까지 강행하지 못할 것이란 시선도 여전하다. 주 의원의 관점에서 정치적 득실을 계산해 봤을 때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은 25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주 의원이) 만약에 무소속으로 뛸 거면 벌써 선언했을 것”이라며 “만약에 정말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본인은 3자 구도로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고 지금 당권파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하는 한 전 대표가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이 된다고 생각해보라”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어 “그럼 주 의원은 국회의원 임기가 2년 남았는데 그거마저 내놔야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 아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