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021년 미래에셋대우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 이야기다.
박 회장은 오래전부터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와 기업 밸류업을 공개적으로 강조해 온 인물이다. 2024년 7월 열린 '국제경영학회(AIB) 2024'에서도 "미래에셋증권의 밸류에이션이 낮다"며 "여기서 투자를 멈추고 주주환원으로 가느냐 고민이 있는데 현재 미래에셋은 둘 사이 밸런스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주주환원 철학' 실현에 미래에셋증권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그동안 여러차례 자신의 '주주환원' 철학을 내비쳐왔다. ⓒ허프포스트코리아
다만 이번 미래에셋증권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에 명문화 된 '자사주 의무 소각 예외 조항'을 두고 제 3차 상법개정안의 자사주 의무 소각 조항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만큼, 과거 대우증권 합병 과정에서 안게 된 1억 주 이상의 거대한 기존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밸류업 진정성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역대급 실적 바탕으로 한 '역대급 주주환원', 스페이스X 등 투자 성과 빛나
미래에셋증권은 2026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총 6347억 원에 이르는 주주환원을 결정했다. 이는 당기순이익의 40% 수준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이러한 역대급 주주환원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역대급 실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의 2025년 연결 기준 세전이익은 2조794억 원, 당기순이익은 1조5829억 원으로 2024년과 비교해 각각 70%, 71% 급증했다.
특히 올해 6월 상장이 예정된 스페이스X 등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이 호실적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2025년 결산 재무제표에 반영된 스페이스X, X, xAI 등 세 회사의 평가금액은 1조9천억 원으로 평가이익만 1조3천억 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주환원의 '체력'이 되는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 역시 2025년 말 기준 13조4782억 원으로 2024년(12조2637억 원)보다 9.9% 증가했다.
◆ 자사주 소각 의무화 예외 조항 신설 논란, 주주환원 의지 퇴색 우려도
다만 한쪽에서는 이런 역대급 주주환원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제3차 상법개정안으로 명문화된 '자사주 의무소각' 규정을 회피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미래에셋증권이 정관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주주총회 정관변경을 통해 '제7조의2 (자기주식의 보유 또는 처분)' 규정을 신설했다.
해당 조항은 "회사는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포괄적 교환·포괄적 이전·합병에 따른 활용 및 기타 전략적 제휴 사업구조의 개편, 시설투자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이사회의 결의로 특정한 자(이 회사의 주주를 포함한다)에게 상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자기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기타 전략적 제휴'나 '시설투자', '재무구조의 개선' 같은 문구다.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각하고자 할 때 사실상 거의 모든 상황에 끼워 맞출 수 있는 일종의 '포괄적 예외' 조항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상법상 절차를 거친다고 하지만, 사실상 대주주의 결정만으로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자사주 처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둔 셈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해당 정관 변경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회사 지분구조상 최대주주 등의 찬성만으로 자기주식보유처분 계획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될 수 있고 기타 일반주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개정상법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역시 제3차 상법개정안 처리를 앞둔 올해 2월19일 자사주 소각 예외 조항을 두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의 80% 이상은 소각이 없는 자사주 취득을 주주환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거버넌스포럼은 "이런 행태가 반복되니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이 자사주를 산다고 해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한국적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이는 지배주주들이 자초한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해당 예외 조항 논란이 미래에셋증권의 주주환원 의지를 퇴색시킬 수 있는 일종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진정성 입증할 열쇠는 '대우증권 합병 취득 자사주' 처리에 달려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이 상당히 적극적 자사주 소각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혹시 모를 경영상 필요에 대비하기 위한 정관변경' 으로 볼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30년까지 자사주 1억 주를 소각한다는 계획을 2024년에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11월에 1천만 주, 2025년 2월에 1500만 주, 12월에 약 323만 주의 자사주를 소각했고 올해 2월에도 약 1177만 주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결정했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 1억 주의 계획이 현재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 소각한다는 계획이라는 점이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자사주(보통주)는 1억3100만 주(23.1%)에 이른다. 이 가운데 1억1천만 주는 2016년 당시 대우증권과 합병으로 보유하게 된 자사주다.
미래에셋증권의 자사주 소각 계획이 곧 미래에셋증권의 자사주 비율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1억 주의 자사주 소각 계획과 관계없이, 미래에셋증권이 정관에 자사주 의무 소각 예외 규정을 마련하면서 현재 보유한 자사주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은 이와 같은 이야기를 부인하고 있다. 상법개정안의 취지를 존중해 현재 보유한 합병 자사주 소각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에셋증권이 합병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의 '주주가치 제고' 이야기의 진정성 여부가 판가름 나는 셈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해당 정관 조항을 신설한 이유를 두고 지금 당장 회피 목적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라며 "현재로서는 자사주를 임직원의 보상 등에 쓰기 위해 소량이라도 남겨놓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