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전쟁에서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일부 세력이 내부정보를 활용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한 학자는 이를 '반역'이라고 지적했으며, 미국 의회에서는 수사 요구가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예측하고 거래한다는 '타코 트레이드'라는 말도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I로 생성한 이미지.
25일 미국 경제지 포춘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발표가 나기 전 15분 전에 대규모 원유 선물매매가 체결돼 내부거래를 의심하게 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15분의 미스터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학교 석좌교수. AI 이미지.
이번 거래는 미국 동부시각으로 23일 새벽 6시49분에 이뤄졌다. 이 때는 뉴욕증시가 개장하기 전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아무런 뉴스도 없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브렌튜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약 6200계약이 매도됐다. 약 5억8천만 달러(한화 8700억 원) 규모였다. 15억 달러 규모의 S&P500 선물 매수주문도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규모 거래가 이뤄지고 15분 뒤인 오전 7시4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설을 통해 "미국과 이란이 생산적 대화를 나눴고 적대행위를 완전히 끝낼 수 있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직전까지 48시간 안에 이란 발전시설을 폭격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협상'을 선언한 것이다.
시장분석매체 코베이시 레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나온 뒤 S&P500 지수는 250포인트 급등했고, 배럴당 110달러를 넘나들던 브렌트유는 92달러로 하락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학교 석좌교수는 이번 거래를 두고 공개적으로 '반역(treason)'이라고 규정했다고 포춘이 전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내부 정보를 가진 누군가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웃돌 때 원율 선물을 대량 매도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진전을 발표하는 순간 되사들였다면 엄청나게 크고 달콤한 이익을 챙긴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안보 결정에 대한 내부자 거래는 단순한 불공정 문제를 넘어선다"며 "전쟁과 평화에 관한 결정이 국가 이익이 아닌 시장 조작에 부분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오락가락하는 군사정책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가 증시가 열리기 전에는 유화적 태도를, 증시가 닫히면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패턴도 나타났다는 분석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이번엔 시장을 조작해 누군가 큰 이익을 챙겼다는 구체적 정황까지 드라난 셈이다.
미국 정치권 "수상한 선물거래 즉각 수사하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와 에릭 트럼프. AI 이미지.
미국 정치권에서는 즉각 수사 요구가 터져나왔다. 미국 매체 후즈마이렙(WhosMyRep)은 24일(현지시각) '미국 의회, 트럼프 이란 전쟁 발표 직전 20억 달러 내부자 거래 조사촉구'라는 제목의 기사로 미국 의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애덤 시프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측근들이 부를 쌓는 동안 미국 가정은 더 가난해지고 있다"며 "백악관은 당장 거래내역을 공개하라"고 말했다.
데이브 민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공습 중단을 발표하기 직전 선물시장에서 폭발적 거래가 발생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모든 수사를 막고 있어 알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제 의혹의 시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문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트럼프 가문은 이번 이란 전쟁으로 큰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 전쟁이 한창이던 3월9일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가 미국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드론회사 '파워러스'에 투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워러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산 드론 부품 금지령을 내린 직후 급부상한 미국 국방부 드론납품 후보기업이다. 더구나 파워러스는 곧 상장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전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들이 이권을 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박사이자 독립 저널리스트인 마시 휠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들이 아버지의 실패한 전쟁으로 재빨리 돈을 챙기려 하고 있다"며 "정말 혐오스러운 행동이지만 이 부패한 작자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