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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회적 찬반 논쟁이 뜨겁다.

촉법소년 연령 상한 문제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거론된 적이 있을 정도로 여론의 높은 관심이 이어져 온 사안이다.

[허프 생각] 이재명 정부의 촉법소년 13세 하향 논의, '엄벌' 그 너머의 숙제를 봐야한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협의체 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은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낮추는 데 긍정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에 ‘찬성한다’가 81%로 ‘반대한다’(13%)를 압도했다. 

잔혹해지는 청소년 범죄 앞에 “법이 너무 무르다”는 대중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합당한 처벌을 피하는 현실은 사법 정의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갖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형사범죄 처벌 연령을 한 살 낮추는 것이 과연 우리가 갈망하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마법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처벌의 대상을 넓히는 것이 곧 범죄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사법 정의는 처벌 그 자체가 아니라, 처벌 이후의 ‘변화’에서 완성된다. 

청소년을 형사 법정에 세우기로 했다면 그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삶의 궤도를 수정할 교정 시설과 전문 인력 또한 그만큼 확충되어야 한다. 처벌은 끝이 아니라 다시는 범죄의 늪으로 발을 들이지 않게 만드는 ‘교화’의 시작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계는 우리나라의 '교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먼저 우리나라 소년원은 수용 인원을 훌쩍 넘긴 포화 상태다. 법부무가 지난해 12월 밝힌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11개 소년원 수용 인원은 1523명으로 정원(1350명)을 훌쩍 넘겼다.

또한 범죄를 저지른 만 19세 미만 소년을 수용시설 대신 일상생활(가정·학교)에서 지도·감독하며 재범을 방지하고 건전한 사회 복귀를 돕는 공무원인 보호관찰관은 2025년 6월 기준  228명에 불과하다. 보호관찰관 1명이 수십 명의 청소년 범죄자를 전담하는 열악한 구조 속에서 세밀한 관리는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제대로 된 선도 프로그램 없이 물리적 격리에만 치중하다 보니 청소년들이 소년원 안에서 서로 범죄 수법을 공유하며 오히려 더 정교한 범죄자로 거듭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년원이 ‘교화의 장’이 아닌 ‘범죄 학교’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인프라 개선 없는 연령 하향은 ‘전과자 양산’이라는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이 크다. 사회로 복귀했을 때 이들을 받아줄 최소한의 울타리가 없다면 아이들은 결국 가장 익숙하고 유일한 생존 수단인 범죄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정의롬 부산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24일 KBS뉴스에서 “연령을 낮추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보호 처분”이라며 “아이들이 제대로 된 보호 처분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데 인프라 구축,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의 등 뒤에는 대개 해체된 가정, 방치된 학교 밖 환경 등 우리 사회가 외면해 온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국가의 역할은 단순히 범죄의 결과에 ‘철퇴’를 내리는 것에 머물러선 안 된다. 범죄의 토양이 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살피는 세심함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명제는 명확하다. 그러나 그 벌이 단순한 격리여서는 곤란하다.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진짜 숙제는 법전에 '13'이라는 숫자를 써넣는 기술적 작업이 아니다. 국가가 포기했던 아이들을 다시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되돌릴 '두 번째 기회의 시스템'을 복원하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2월말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기 전에 범죄 예방 등 대책이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의 건의에 “일리있는 지적”이라며 “성평등가족부에서 주관해서 공론화를 한 번 해보라”고 지시했다.

이번 논의가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는 일시적 방편을 넘어 소년 범죄의 고리를 끊어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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