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 사장이 여덟 번째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2005년 4월 처음 대표이사에 오른 후 일곱 번 연속 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성석제 사장은 국내 제약사 전문경영인 중에서 최장수 CEO로 꼽힌다. 지금까지 만 21년간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전날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성석제 선임의 건’을 가결했다.
성 사장은 앞으로 오너 3세이자 공동대표이사인 한상철 사장과 호흡을 맞춘다. 한 사장은 2025년 3월 대표이사에 올랐고, 이번 주주총회에서 역시 연임했다.
성 사장은 1960년생으로, 천안 중앙고등학교와 충북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를 거쳐 한국화이자제약에서 재정담당 상무와 운영담당 부사장, 영업 및 노사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2005년 제일약품에 합류해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 매출 성장 이끌고 신약 개발 주도
성석제 사장의 그간의 공적은 뚜렷하다. 우선 그는 인재 양성과 직원 동기 부여의 중요성을 매우 중요시하는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제일약품 내부 조직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 사장 취임 이후 제일약품의 외형은 크게 성장했다. 취임 당시 2천억 원대이던 매출액은 15년 만에 7천억 원대까지 올랐고, 제일약품은 어엿한 중견기업 반열에 진입했다.
성 사장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의약품(상품) 중심이던 회사를 혁신하고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혁신 신약 전문 자회사 설립을 주도했다. 2020년 세운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그것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국내 37호 신약인 P-CAB 기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를 개발했다. 자큐보는 2024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약 품목허가를 받고 그해 10월부터 판매되고 있다.
성 사장은 오너 2세인 한승수 회장과 오너 3세인 한상철 사장의 승계 공백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한승수 회장은 2011년 제일약품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2017년 인적분할 이후에는 제일파마홀딩스 회장직만 맡고 있다. 성 사장은 2011년부터 2025년까지 14년간 단독 대표로서 제일약품을 이끌어 왔다.
◆ 신약 파이프라인 완수, 오너 3세 연착륙 과제
하지만 성석제 사장에게는 앞으로도 여전히 만만치 않은 과제가 주어져 있다.
우선 제일약품은, 비록 줄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상품 비중이 높다. 2025년 기준 매출액의 53.2%가 상품에서 나왔다. 이는 2024년 68.9%에서 대폭 줄어든 수치이지만 여전히 과반을 차지한다. 높은 상품 비중은 낮은 수익성의 원인이 된다.
성 대표는 이른바 ‘전략적 다이어트’라 일컬은 구조조정을 통해 과거 회사의 성장을 견인한 대형 도입 품목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화이자의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나 통증 치료제 ‘리리카’가 대표적이다. 대신 자체 신약과 개량신약, 제네릭으로 상품 라인업을 대체하는 데 신경쓰고 있다.
이 덕분에 제일약품은 2025년 영업이익 20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189억 원)에 견줘 흑자전환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제일약품은 매출액이 전년 7045억 원에서 5672억 원으로 19.49%나 하락했다. 상품 비중을 축소하면서도 줄어든 매출액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큐보 등 자체 개발 제품의 판매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도 차질 없이 완수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현재 임상 2a상을 완료한 뇌졸중 치료제(JPI-289), 역시 임상 2상을 마친 당뇨병 치료제(JP-2266)가 있다. 특히 JP-2266은 경구용 치료제여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중 표적 항암제인 JPI-547(네수파립)도 주목받는 신약후보물질이다. 현재 임상 2상 진행 중이다. 네수파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21년 췌장암, 2025년 위암, 올해 2월 소세포폐암에 대한 희귀의약품(ODD) 지정을 받았다. 한국 식약처로부터도 췌장암 희귀의약품에 지정됐다. 향후 글로벌 제약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이나 대형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이 기대되는 파이프라인이다.
성 사장은 24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제일약품은 기존의 상품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자사 제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재편하며 질적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자체 신약 자큐보를 중심으로 처방 확대와 제품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차세대 이중기전 제2형 당뇨병 치료제 JP-2266 등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성 사장은 오너 3세 한상철 사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어쩌면 성 사장이 이번에 연임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도 볼 수 있다. 한승수 회장이 그만큼 성 사장을 신뢰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