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에너지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두고 미국과 이란의 ‘전쟁 속 전쟁’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개방을 이란에 요구하면서 '48시간 시한'을 못박았다. 이란은 결사항전을 다짐하면서도 '부분 통행'이라는 카드를 내밀어 미국에 대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23일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전문적으로 보도하는 매체 '하우스 오브 사우드'를 비롯한 해외 분석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최후통첩'은 이란 전쟁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극한 대립을 두고 크게 3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간헐적 공습' 이어지는 교착상태 지속 : 트럼프는 이번에도 '말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48시간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교착상태가 앞으로 더 지속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찍이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거듭해 온 만큼 이번 최후통첩도 최대한 압박수위를 끌어올려 협상의 지렛대로 삼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공습과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반격이 계속되는 '교착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바와 같이 이란 발전소를 대상으로 대량 폭격을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란이 입는 피해도 엄청나겠지만 이란은 즉각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의 석유시추시설을 정면으로 타격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더욱 강화할 공산도 크다. 이는 국제유가 폭등으로 이어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이다.
여기에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선별적으로 통행하도록 하는 '유연한 대응'을 공언했다. 유럽과 한중일 동아시아 3국 등의 석유 수입에 숨통이 트일 수도 있다.
이란은 이미 협상을 통해 중국과 인도의 유조선과 LPG 수송선을 통과하도록 하고 있다. 튀르키예도 이란으로부터 자국 선박의 통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란과 통행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쪽은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직접 일본과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협의했다고 21일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렇게 세계 각국의 이란과 협상을 벌여 호르무즈 통행이 가능해지고 있는 국면에 미국의 이란 발전시설 폭격은 도리어 상활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하우스 오브 사우드'는 21일 "미국과 이란이 벌이는 이번 전쟁은 이란-이라크 전쟁 말기나 한국의 휴전협정 무렵처럼 간헐적 공격과 대리전이 일어나면서 지루하게 이어지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우스 오브 사우드는 이 시나리오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기존의 70~80달러 선을 넘어 90~100달러 선에 '안착'하고 저강도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미국의 이란 발전시설 집중 공습 : 트럼프 말이 헛말이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I 이미지.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호르무즈 강제 개방이 시급한 과제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자신이 공언한 것처럼 대규모 공중폭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물론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최후통첩을 내놓은 만큼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체면을 구길 뿐 아니라 이란 쪽의 기세만 올라가는 엉뚱한 결과를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트루스 소셜에 48시간 내에 후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각종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란 발전시설은 사실 민간시설이라 국제법 위반 소지도 있지만 실제 폭격을 당한다면 이란은 '암흑천지'가 될 수 있다.
미군이 중동지역에 해병대를 추가 파병하기로 한 것에 이어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하지만 이 경우도 미국의 결정적 승리와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란 정부와 국민을 괴롭힐 순 있지만 이를 통해 이란이 굴복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뚫지 못할 수도 있다. 이란은 '최소한의 군사 대응'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협상 타결 및 휴전 : 트럼프는 말과 달리 '출구'가 급하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담은 AI 생성 가상 이미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두고 이란 전쟁에서 출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현재 미국 정부는 이란과 휴점 협상을 위한 조항을 마련하고 있드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 정치전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22일(현지시각) 미국이 이란과 휴전 회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친구인 중동특사 스티프 위코프가 논의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5년간 미사일 프로그램을 추진하지 않고, 우라늄 농축을 하지 않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해 폭격한 핵시설을 해체하는 등 6대 요구안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요구안을 이란이 수용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핵을 포기할 뿐 아니라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은 향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이란 전역이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나라의 운명을 상대편의 선의에 의존하게 되는 셈이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 라디오 NPR에 "우리는 결코 휴전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이란이 전쟁 배상금과 안전보장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