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주주총회는 수년째 '주가 성토장'이 된 지 오래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주가는 어떻게 올릴 거냐"는 단골 비판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진땀을 빼왔다. 올해 주총에서도 어김없이 "네이버는 강세장에서 철저히 소외받고 있다"거나 "좋은 기업인데 주식은 나쁘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주주들의 불만은 코스피 상승폭과 네이버 주가 추이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올해 1분기 코스피 지수가 141%가량 급등하며 랠리를 이어가는 동안, 네이버 주가는 지난해 최고점보다 30%가량 떨어지면서 시장의 축제 분위기에서 동떨어진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 대표는 주총에서 당장 주가를 끌어올릴 속 시원한 단기 처방을 제시하진 못했다. 다만 주가는 기업의 현재 실적보다 미래 가치와 연동된다는 점을 살필 때, 'AI 수익화'와 '두나무 합병'이 최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23일 열린 제2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을 비롯한 주요 안건을 처리하며, AI 비전 제시를 통해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는 데 주력했다. ⓒ네이버
24일 네이버에 따르면, 쇼핑과 검색 등 서비스 전면에 AI 에이전트가 배치되면서 사용자 맞춤형 경험의 혁신과 광고 효율 극대화가 가속될 전망이다. 최 대표는 23일 열린 제2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을 비롯한 주요 안건을 처리하며, AI 비전 제시를 통해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는 데 주력했다.
최 대표는 주총에서 "올해는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AI 에이전트를 전면 도입하고, B2C(기업과소비자거래)와 B2B(기업간거래) 전 영역으로 AI 역량을 확대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네이버가 오랜 시간 축적한 AI 인프라와 콘텐츠 자산을 활용해 사용자 의도를 파악하고 최적의 실행까지 완결하는 끊김 없는 서비스 흐름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네이버의 AI 기술력에 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에서 탈락한 여파가 뼈아프다. 네이버가 공들여온 자체 AI 기술 경쟁력이 시장의 의심을 받으면서, 프로젝트 탈락 소식이 전해진 당일 네이버 주가는 5% 가까이 하락했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는 네이버의 중요한 주가 상승 모멘텀 중 하나인 AI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낮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독파모 프로젝트 탈락이 네이버가 출시할 AI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감시킨다는 점에서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도 "시장은 네이버의 AI 에이전트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결국 최 대표가 AI 기술력을 실질적 수익 성과로 증명해내지 못하면 주주가치 상승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견인한 커머스 영역에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효과를 구체적 지표로 보여줘야 네이버의 AI 기술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최 대표가 올해 2월 공개한 '쇼핑 AI 에이전트'가 올해 말까지 실질적 수익 창출원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서는 AI만으로 네이버 주가를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퍼져있다. AI 수익화는 긴 호흡의 과제인 만큼, 당장 주가를 부양할 수 있는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로선 두나무와의 합병이 가장 강력하고 파급력이 큰 카드로 거론된다. 실제로 과거 네이버 주가가 요동쳤던 순간들이 두나무 합병 소식과 맞물려 있었던 만큼, 핀테크 부문에서의 사업 진행 단계에 따라 실질적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로 두나무의 장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주식 교환 이벤트 무산에 대한 우려도 더 이상 네이버의 주가를 짓누르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두나무와의 합병 여부가 여전히 네이버 주가의 주요 상승 모멘텀 가운데 하나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 김희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 또한 두나무와의 합병을 염두에 둔 선택으로 풀이된다. CFO가 이사회에 합류하면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을 이사회 차원에서 적극 관리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사내이사에 CFO를 앉힌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