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공장 화재로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를 잃은 A씨가 연인과 나눈 마지막 통화 내용을 전했다. ⓒ연합뉴스
2026년 3월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에 위치한 자동차 엔진 밸브 제조 공장 안전공업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점심시간이었던 오후 1시 17분께 시작된 이 화재는 약 10시간 30분 만인 같은 날 오후 11시 48분께 완전히 꺼졌으나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총 74명의 사상자를 냈다. 22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공장 휴게실에서 잇따라 수습된 사망자 14명은 인근 병원에 분산 안치됐지만 유전자 감식이 예상보다 길어져 여전히 신원 확인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대전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이날부터 내달 4일까지 운영된다. 이른 아침부터 분향소에 모여든 유가족들은 위패를 붙잡고 오열했다. 한 80대 여성은 “네가 왜 여기 있냐”라며 통곡하다가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시청 2층에 위치한 유가족 대기실로 이동했다.
숨진 희생자와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 A씨도 눈물을 보였다. 사고 당일 희생자와 오후 1시 58분까지 통화를 했다는 A씨는 “연기 때문에 앞이 안 보인다고 했다. 목소리가 너무 다급했다”라며 그날을 떠올렸다.
평소에도 남자친구가 주변을 잘 챙기던 사람이었다고 기억한 A씨는 “32초, 또 1분 남짓 짧게 통화하는 동안에도 옆에 있던 직원들에게 ‘그쪽은 위험하니 이쪽으로 오라’고 말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남아 더 제 마음이”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남자친구가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전해 줘”라고 부탁했다는 A씨는 “그 말이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라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분향소를 찾은 유가족 B씨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망한 직원의 삼촌이라는 B씨는 숨진 조카에 대해 “인천 토박이인데 대전에 내려와 일한 지 3년 정도 됐다. 성실하게 일하던 아이였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떠날 줄 누가 알았겠나”라고 허탈해했다. 이어 B씨는 “수습됐다는 말을 듣고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가족들이 병원을 계속 찾아다녔다”라며 “신원 확인이 왜 이렇게 늦어지는지 모르겠다. 가족들이 다 쓰러져가고 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