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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진양곤 상장계열사 10곳 이사회 의장 독점, 책임경영 명분 뒤 비민주적 지배구조 해결 과제
진양곤 HLB 회장이 2024년 5월23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제2회 HLB바이오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씨저널]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2025년 12월 있은 ‘2026 임원인사’에서 HLB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HLB 이사회 의장만을 맡기로 했다. 

종전까지 진 회장은 HLB 각자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진 회장은 현재 그룹 내 모든 상장회사 10곳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를 두고 HLB 쪽은 “HLB를 비롯해 계열사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실행력을 높이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진 회장의 과다한 겸직이 상장계열사 자율경영을 위한 의사결정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각 기업 주주들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양곤 회장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HLB를 비롯해 HLB생명과학, HLB제약, HLB테라퓨틱스, HLB바이오스텝, HLB이노베이션, HLB글로벌, HLB파나진, HLB제넥스, HLB펩 등 10개 상장회사의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 같은 겸직은 일부 전문경영인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심경재 HLB펩 대표는 HLB파나진과 HLB제넥스 사내이사도 맡고 있다. 

진 회장의 겸직에 대해서는 계열사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비판과 함께, 이사의 충실의무 이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시간·정보·역량의 한계가 있는데 개별 회사의 이사회 안건에 충분히 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다. 

한편으로는 진 회장이 과다겸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해석도 있다. 총수가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경영을 지휘하기 어려운 HLB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HLB그룹 계열사들은 여러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로 얽혀 있다.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구조 정비가 이뤄졌다면 과다겸직 논란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진 회장이 겸직에 대한 다양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민주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각 계열사의 이사회 구성을 우선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통해 오너의 권한을 분산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HLB그룹 계열사들의 이사회 구성을 보면 권한 분산과 효율적인 견제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난다. 

우선 HLB를 비롯한 모든 상장계열사에서 사내이사의 수가 사외이사보다 많아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가 실현되기 힘든 구조다. HLB의 경우 사외이사 수(3명)는 사내이사(6명)의 절반에 그친다. 

또한 HLB를 제외한 다른 상장사에는, ESG위원회가 구성된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면, 이사회 산하에 별도의 위원회가 구성돼 있지 않다. HLB에만 감사위원회, ESG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 5개의 위원회가 존재한다. 

오너를 포함한 사내이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산하 위원회가 구성돼 있지 않은 이사회는 대주주와 대표이사의 결정을 단순히 승인만 하는 거수기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무, 회계와 같은 전문적인 사안을 정밀하게 검토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특히 감사위원회가 존재하지 않으면 회계부정이나 사익편취를 사전에 차단하기 어렵게 된다. 아울러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없는 경우 오너와 경영진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인물을 이사로 선임하기 쉬워져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훼손된다. 결국 내부통제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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