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그룹 완성'이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품에 안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2기 체제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우리금융지주는 23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룡 회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특히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안건, KB금융지주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 등에 반대표를 내겠다고 결정한 국민연금이 우리금융지주의 안건에는 임 회장의 연임 건을 포함해 전부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 대형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도 임 회장의 연임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는 점 등을 살피면 임 회장의 2기 리더십은 상당히 공고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 회장은 1기 체제 동안 10여 년 만의 증권사(우리투자증권) 출범과 생명보험사(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연달아 성사시키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금융그룹은 2025년 연간 당기순이익 3조1413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3조 클럽' 수성에 성공했다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공식적으로 결정됐다. ⓒ허프포스트코리아
하지만 장부상의 화려한 숫자 이면을 들여다보면 임종룡 2기 체제가 마주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2025년 그룹 전체 기준으로는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그룹의 심장인 은행은 '역성장'했으며 새로 편입된 계열사들의 화학적 결합, 그리고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내부통제 쇄신 등 해결해야 할 굵직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 뼈아픈 핵심 계열사의 부진, 우리은행 '본업 정상화' 시급
임종룡 2기 체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역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은행의 수익성을 되살리는 일이다.
2025년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606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2%나 급감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모두 전년 대비 성장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4대 은행(KB, 신한, 하나, 우리) 중 유일하게 역성장하며 '3조 클럽'에서 탈락하는 뼈아픈 결과를 낳았다.
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막대한 판매관리비 폭증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우리은행의 2025년 순영업수익은 8조9771억 원으로 전년보다 3.9% 늘었지만, 판매관리비가 14.6% 급증한 4조2940억 원에 달하면서 수익성을 크게 갉아먹었다.
결과적으로 영업이익은 3조53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3.1% 감소했다. "돈은 벌었는데 남는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회성 비용과 디지털 전환, 비은행 계열사 편입 지원 등 불가피한 지출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룹 이익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의 역성장은 2기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수 있다.
◆ 비은행 단순 합산 넘어 '화학적 결합'으로, 진짜 승부는 동양·ABL의 'PMI'
비은행 부문의 실적 확대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그룹 순이익의 비은행부문 비중은 단순 계산(은행 순이익 제외) 기준 2025년에 약 17%다. 2024년 1.5%에서 대폭 증가했다. 특히 2025년에 그룹에 편입된 동양생명은 1240억 원, 역시 2025년 새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27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그룹 전체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하지만 2025년 그룹 실적에는 생보사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약 5560억 원 규모의 '염가매수차익'이라는 일회성 이익이 반영되어 있다. 외형상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비중이 크게 뛰었지만, 이를 곧바로 질적 체질 개선으로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일회성 이익은 다음 해에 '역기저 효과'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의 성과가 오히려 올해의 과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될 피 말리는 'PMI(인수 후 통합)' 과정에 달려있다. 서로 다른 조직문화와 시스템을 가진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임금체계, 전산, 조직 운영을 완벽하게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힘들게 인수한 보험사들이 그룹의 캐시카우가 아니라 오히려 무거운 짐으로 전락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 꼬리표 붙은 '내부통제' 리스크 극복과 진정한 주주환원율 40% 달성
내부통제 부실 논란을 잠재우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임 회장의 중대한 과제다.
우리금융지주는 임종룡 회장의 1기 체제 내내 통제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적극적으로 내부통제 개선에 나섰고, 실제로 효과도 냈다. 하지만 1기 체제에서도 100억 원대 은행 직원 횡령, 해외법인의 대형 금융사고 등은 이어졌고, 2025년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으로 강등되는 굴욕을 맛봤다.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그룹에게 치명적 오점이다. 금융사고 발생률을 '0'으로 만드는 획기적 쇄신이 없다면 2기 체제의 동력은 언제든 상실될 수 있다.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주주환원 정책도 시험대 위에 있다. 우리금융은 2025년 결산배당을 760원으로 결정하며 연간 주당배당금(DPS)을 1360원으로 전년 대비 13.3% 끌어올렸다. 비과세 배당 감안 시 주주환원율은 39.8%에 달하며, 2026년 2월에는 전년 대비 33.3% 증가한 2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총주주환원율 40%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13% 이상으로 관리해야 한다. 2025년 말 기준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12.9%를 기록했다. 비은행 계열사 확대에 따른 자본 소요와 은행의 수익성 저하 속에서 자본비율을 어떻게 13% 위로 끌어올리느냐가 주주환원 약속 이행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