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인가, 통제인가. 지난 21일 토요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이 고강도 검문 논란에 휩싸였다. 테러 대비와 안전사고 예방을 이유로 한 경찰과 주최 측의 보안 검색을 강화하자 관람객뿐아니라 인근 시민의 통행권까지 침해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7년 3월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환영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폭죽을 쏘아 올리고 있다. (왼쪽)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여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 결혼식장을 방문한 하객들이 버스에서 내려 검문검색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공항식 보안에 막힌 광화문광장…'왜 길거리에서 몸수색을 하나'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여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 결혼식장을 방문한 하객들이 버스에서 내려 검문검색을 받고 있다. 2026.3.21 ⓒ연합뉴스
실제로 요리사가 업무용 칼을 소지했다가 제지당하거나, 맥주 2병, 손톱깎이와 라이터 등 일상적인 소지품까지 반입이 제한되는 사례가 잇따라 보도됐다. 특히 공연을 보지 않는 시민들도 지하철 출구부터 검문을 받았고, 예식장 하객들까지 경찰차로 이동하며 검문 검색을 받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공연 현장에는 31개 보안게이트가 설치돼 소지품 검사가 이뤄지는 등 공항식 보안이 적용됐다. 시민들은 소지품 검사를 받거나 먼 길을 돌아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검문은 공연장 출입구를 넘어 주요 도로와 지하철 출입구, 인근 골목까지 확대됐다. 검문검색은 광화문광장 일대를 아우르는 수준으로 진행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곳곳에서 '범죄자도 아닌데 왜 길거리에서 몸수색을 받아야 하느냐'는 실랑이가 벌어졌고, 누리꾼들은 과거 불심검문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BTS THE COMEBACK LIVE|ARIRANG)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BTS 컴백 공연을 보러간 김아무개(29)씨는 "시청 쪽으로 진입할 때 검색대에서 짐과 몸을 수색당했다. 경찰들이 '가방에서 드라이버랑 톱이 나와서 검문해봤더니 이 근처에 사는 목수라더라'라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며 "경찰 및 안내요원들이 '저희도 어쩔 수 없다'며 인파를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계속 밀어냈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SNS에 "광화문에서 몇만 명 공연한다는 핑계로 공연을 보지도 않는 사람들까지 불심검문 당하라고 응원봉 들고 겨울 내내 시위 참여한 게 아니다", "탄핵 시위할 때도 검문 안 당해봤는데 너네 뭐 됨? 사과해"등의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경찰과 주최 측인 하이브는 테러 및 흉기 난동 대비, 인파 사고 예방 등을 이유로 들었다. 경찰과 정부 당국은 당초 26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주최 측 추산 약 10만 명이 집결하는 데 그쳤다. 이에 1만 명이 넘는 공무원이 안전 요원으로 투입되면서 과도한 대응이라는 논란도 일었다. 주최 측인 하이브는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시민 불편에 대해 사과했다.
일회성인가, 일상화인가…고강도 검문 확산 우려
방탄소년단(BTS)이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무료 공연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여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입구에서 검문검색이 이뤄지고 있다. 2026.3.21 ⓒ연합뉴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시행된 고강도 검문을 두고, 향후 유사한 조치가 계속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공연장 입구에서의 보안 검색은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광화문 일대 전반으로 검문이 확대된 것은 이례적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12년 ‘강남스타일’로 인기를 끌었던 가수 싸이가 당시 서울광장에서 무료 공연을 열었을 때 수만 명이 몰렸지만, 외곽 차단이나 게이트식 검문까지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후 각종 케이팝 공연과 축제에서도 안전요원 배치와 일부 통제는 있었지만, 시민 통행까지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불심검문에 대한 부정적 역사적 경험
고강도 검문에 대한 반발이 큰 이유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과거 국가 권력의 통제 경험과 현재의 권리 의식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에는 국가 주도의 일상 통제가 강하게 이뤄졌고, 경찰이 길거리에서 자로 머리카락이나 치마 길이를 재는 일도 있었다. 주요 길목과 대학가, 대중교통 시설에서는 가방 검사와 신분증 제시 요구가 빈번했고, 이를 거부할 경우 거동 수상자로 몰려 파출소로 연행되기도 했다. 당시 불심검문은 치안 유지를 명분으로 했지만, 공포 분위기 조성 등 강압적 통치의 일환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달리, 현재 법은 불심검문의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1항 제1호는 수상한 행동이나 주변 정황을 합리적으로 판단했을 때 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르려 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불심검문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의적인 판단만으로는 검문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한 경찰은 검문 과정에서 경찰관 증표를 제시하고 소속과 성명을 밝힌 뒤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며, 검문 대상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나 경찰서 동행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치안 강화를 이유로 불심검문 확대를 추진했을 때도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인권단체들은 이를 '독재 시절의 유물'이라고 비판했다.
열린 촛불, 통제된 콘서트…같은 광장의 다른 풍경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탄핵 환영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017.3.11 ⓒ연합뉴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과거 촛불집회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가 우선시됐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를 입구에서 일일이 검문하는 것은 집회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 역시 차벽 설치와 과도한 통제를 제한하는 판결을 내며 시민 통행권 보장을 강조했다. 물론 촛불 집회와 콘서트는 목적과 성격이 다르지만, 당시 광화문광장 집회에서는 대규모 인파가 몰렸음에도 시민들의 통행이 비교적 원활하게 유지됐다.
이번 방탄소년단 공연을 둘러싼 검문·검색 조치는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과 과도한 통제라는 비판이 맞서며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BTS 공연의 고강도 검문을 두고 안전을 이유로 한 조치가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가 행사가 아닌 특정 기업의 상업적 이벤트에 공권력이 대규모로 투입되면서, 시민에게 열려 있어야 할 광장의 성격과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