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즈니+ ‘운명전쟁49’가 일부 논란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점괘’와 ‘타로’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무속인들이 등장하는 이 프로그램은 소재 자체만으로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공개 직후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서 디즈니+ TV쇼 부문 1위를 기록하고, 글로벌 TV쇼 순위에서도 10위권에 오르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전자기기 부품을 배경으로 그려본 한국의 산신령. AI로 제작한 이미지.
또한 종영 이후에도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무속인들은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지난 18일 태국 팬미팅 티켓팅이 단 2분 만에 매진되는 등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흥행을 두고 오컬트 콘텐트의 흐름을 잘 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영화 ‘파묘’나 예능 ‘신들린 연애’ 등 최근 무속과 초자연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들이 잇따라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자극적인 설정과 강한 몰입감을 결합한, 이른바 ‘도파민 위의 도파민’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콘텐츠 흥행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무언가 더 깊은 흐름이 읽힌다. 일시적 유행이라기에는 이미 국내 점술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2024년 스타트업 분석업체 혁신의숲 보고서에 따르면 사주, 운세, 타로 등을 포함한 국내 점술 산업 규모는 약 1조4천 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마켓데이터포캐스트는 세계 점성술·운세 시장이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6~7%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 또한 국내와 비슷하게 성장 추이에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확산의 배경에는 불확실성을 못 견뎌하는 인간의 본성이 우선 꼽힌다.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 미래 예측이 어려운 사회 구조 등에 관한 어려운 얘기를 잠시 접어두더라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은 언제나 미래에 대한 ‘확실한 답’을 원했다. 이 과정에서 사주와 타로는 단순한 미신을 넘어, 일종의 심리적 안정을 주는 측면도 없지 않다. 비교적 최근 MBTI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빠르고 간편한 ‘틀’로 소비됐다면, 사주와 타로 또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물음과 불확실성에 빠르고 간편한 또다른 ‘도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흐름이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서구권 MZ세대에게 동양의 점술 문화는 ‘신비롭고 새로운 경험’으로 소비되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사주 카페나 타로 상담이 하나의 관광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독특한 문화 경험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이와 맞물려 관련 자격 시장 역시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타로 관련 자격 발급 기관은 불과 2년 사이 크게 늘었고, 단순한 ‘점술가’가 아닌 ‘타로심리전문가’, ‘타로코칭상담사’ 등 세분화된 명칭이 등장하며 하나의 직업군으로 자리 잡아가는 양상이다.
아이러니한 지점은 바로 여기다. 현재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이 인간의 미래를 예측하려는 요즘, 가장 비과학적으로 여겨졌던 영역인 점술과 무속이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는 대목은 역설적이다. 극도로 정교한 알고리즘과, 설명할 수 없는 직관과 감각이 공존하는 풍경이다.
요컨대 기술이 발전할수록 모든 것이 명확해질 것 같지만, 인간은 더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옛날 방식도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현재는 이미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간단한 사주풀이를 경험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 생년월일과 시간만 입력하면 성격, 운세, 인간관계까지 분석해주는 ‘AI 점술’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으며, 극과 극에 있는 두 분야의 결합도 이미 진행 중이다.
앞으로 두 영역은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까. 인간의 직관과 감각에 기반한 전통적 점술이 계속 유지될까, 결국에는 소멸할까, 아니면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