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문평동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자 14명, 부상자 60명 등 총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일 오후 1시 17분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 한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해당 공장은 자동차 엔진 밸브 등을 생산하는 시설로, 대지면적 약 1만3757㎡, 건축면적 5907㎡ 규모에 지상 3층짜리 건물 2개동(연면적 1만9730㎡)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가 공장 내 동관 1층 가공 공정 부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절삭유 슬러지와 기름때가 천장과 배관, 집진 설비 등에 두껍게 쌓인 상태에서 불이 붙었고, 이로 인해 ‘플래시오버’(밀폐된 실내 화재 시 가연성 가스가 동시에 발화하여 전 공간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는 현상)가 발생하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고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배경에는 산업 현장의 열악한 작업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은 사상자가 나온 이유]
23일 대전시청에 마련된 대전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족들이 제단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번째 원인은 건물 구조다. 해당 건물은 철골 구조를 기반으로 벽면과 지붕이 샌드위치 패널로 마감된 조립식 건물이었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는 화재 발생 시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특성이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소방당국 역시 화재 초기 브리핑에서 “건물 자체가 조립식 구조라 연소 확대 속도가 매우 빠르고, 붕괴 우려까지 있어 소방대원들이 진입과 철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며 진압이 지연된 배경을 설명했다.
화재 발생 시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최초 신고는 오후 1시17분쯤 접수됐는데, 해당 공장은 낮 12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를 점심·휴게 시간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약 170명의 직원이 공장 내부에 머물고 있었고, 연기가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일부 직원들은 유리창을 깨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명 피해가 집중된 곳은 2층 헬스장이었다. 이 공간은 점심시간과 맞물려 많은 노동자가 이용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시설이 건물 2~3층과 주차장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여유 공간을 활용해 허가 없이 불법으로 확장된 공간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구조적 취약성과 안전 관리 부실이 겹치며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산재(産災)가 아닌 인재(人災)]
한 건설 현장에서 근무 중인 노동자. ⓒ연합뉴스
이번 화재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는 자연재해 또는 산업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로 보인다. 실제로 열악한 작업 환경과 안전 관리 부실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고는 반복되어 왔다. 2024년 6월 경기 화성 ‘아리셀 1차전지 공장 화재’, 2025년 2월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장 화재’, 같은 해 5월 발생한 SPC삼립 컨베이어 끼임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고의 공통점은 안전 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번 대전 화재 역시 향후 법 위반 여부에 따라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재해 감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 2024년 3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 사망자는 2022년 115명에서 2023년 122명으로 증가했으며, 이후 2025년 2월 국토교통부 자료에서도 주요 대형 건설사 20곳의 사상자 수가 2022년 1666명에서 2024년 1868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 수위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2025년 1월 기준 관련 판결 36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5건에 그쳤고, 상당수는 집행유예에 머물렀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예방 체계의 부재다. 현행 제도는 사고 발생 이후 책임을 묻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정작 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치는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예방 조치를 성실히 이행한 경우 책임을 일부 감경해주는 ‘면책 규정’ 도입이나, 기업이 준수해야 할 안전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아직 제도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유형의 참사가 반복됨에 따라 현행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사후 처벌 강화와 함께 사고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사전 예방에도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비극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