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공식 성명을 내어 호르무즈 봉쇄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넘기면서 긴장하고 있다. 이란이 기세를 올리는 와중에 미국에서는 이란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쟁이 보름 가까이 이어지면서 미국의 일방 독주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은 이해를 돕기위해 AI를 이용해 만든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2일(현지시각) 이란 국영TV를 통해 아나운서가 대독한 첫 공식성명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라는 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더해 △미국 군사기지에 대한 공격지속 △새로운 전선 확대 검토 △ 주변 15개 나라의 미군기지 폐쇄 등을 거론했다.
모즈타바 최고지도자는 “적이 거부하면 그의 재산을 빼앗을 것이고, 그것도 불가능하면 같은 규모로 파괴할 것이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의 경고 : 국제유가 100달러, 이게 시작일 수 있다
항해하는 유조선.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이란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속하겠다며 기세를 올리면서 곧바로 국제유가가 반응을 보였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세자릿 수를 보였다. 브렌트유가 종가기준으로 100달러 선 위에서 마감한 것은 2022년 8월 뒤 3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95.73달러로 전장보다 9.7% 올랐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초과하는 것이 시작일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호주 금융그룹 맥쿼리의 글로벌 에너지 전략가 비카스 드위베디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몇주만 지속되더라도 연쇄적 도미노 반응이 일어나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며 “이는 매우 현실적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란전쟁이 이처럼 격화되면서 국제유가뿐 아니라 해운비용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위험 보험료는 이미 일부 구간에서 1000% 이상 폭등했고 에너지 운송비용도 급격히 치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쟁위험 보험은 분쟁이나 테러로 인해 선박이나 화물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연간 단위로 계약하지만 전쟁 해역을 포함한 위험수역을 1회 통과할 때만 적용하는 항차(航次)단위 계약도 있다.
글로벌 보험 브로커 에이온(Aon)의 스티븐 러드먼 아시아 해상부문 책임자는 로이터와 나눈 인터뷰에서 “전쟁보험료 시장이 호르무즈 마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된다면 추가적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미국 국내여론도 악화 “전쟁 중단해야” 우세
사막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모습. 사진은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국제유가가 치솟고 에너지 공급망이 혼돈에 휩싸이면서 미국 내 여론은 더욱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가 의뢰해 6~9일(현지시각) 미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란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이 42%로, '지속해야 한다'는 응답(34%)보다 높았다.
미국인들이 이란전쟁을 두고 느끼는 가장 큰 불만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소통 부족'과 '군사행동의 불분명한 목표'가 꼽혔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행동의 목표를 명확히 설명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이번 이란전쟁이 미국의 장기적 안보에 기여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는 부정적 답변이 53%로 절반을 넘겼다. 주된 반대 이유로는 이란의 보복과 테러에 대한 우려가 꼽혔다.
워싱턴포스트의 이 여론조사는 미국 여론조사업체 SSRS의 오피니언 패널(검증된 응답자 집단)을 통한 온라인 및 전화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 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3.6%포인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