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특히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국무회의 심의권 침해 혐의와 12·3 계엄과 관련해 외신에 허위사실을 공보했다는 혐의가 유죄로 뒤집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이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윤성식 재판장)는 29일 오후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인 징역 5년보다 2년 늘었고 특검의 구형량인 징역 10년보다는 낮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 △12·3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나머지 국무위원의 헌법상 계엄 심의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혐의 △비화폰 기록 삭제 혐의 △계엄 관련 허위 공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2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25년 1월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에 대해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윤석열)은 1차 체포영장 등의 집행 당일인 2025년 1월3일, 경호처 차장으로부터 체포영장 관련 집행 상황과 CCTV 화면 등을 보고 받아 경호처 소속 공무원들이 영장 집행 담당 공무원들을 저지하고 있음을 인식했으면서도 출입을 막으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수처 검사 등이 해산한 이후 경호처 차장에게는 격려하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며 영장집행 저지행위를 묵인하거나 승인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구체적인 영장집행 저지 방법을 특정해 지시하진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경호처 차장 등과 공모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및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행에 가담함과 동시에 범인도피 범행을 교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외관을 갖추려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회의에 불참한 국무위원 9명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국무위원 7명의 심의권을 박탈한 '직권남용'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심의권 침해 관련 직권남용 권리행사 범행 및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하자 은폐를 위한 사후 부서 관련 범행은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위법의 정도가 크고 책임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계엄과 관련해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PG(프레스 가이던스·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에 대해서도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저질러진 잘못을 은폐하는 것은 물론 비상계엄 선포의 적법성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외신에 전달했다"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임도 및 알권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질타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히며 재판부를 비난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재판이 끝난 뒤 "똑같은 사실관계로 이재명 대통령이나 민주당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판결을 내릴 수 있나 자문해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