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는 인간이 생각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가 있다. 협업이 아니라 주도권을 빼앗아가는 부분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만나 꺼낸 말이다.
허사비스 CEO가 "우리 아이들은 AI를 통해 초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하자, 이세돌은 "AI가 인간의 협업 파트너가 되기 위해 먼저 정리할 것이 있다"며 AI 신중론을 편 것이다.
이세돌 9단이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2026'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2026'에서 이세돌은 10년 전 자신에게 AI를 상대로 한 대국에서 패배를 안겼던 허사비스 CEO와 재회했다.
이세돌은 그의 손을 맞잡고 "알파고 대국은 인생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출발점이자 원동력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허사비스 CEO는 이세돌의 그 유명한 78수를 언급하며 "알파고의 37수가 AI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 9단의 78수는 인간의 직관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 상징적인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세돌 역시 "알파고 대국 이후 AI가 나오면서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고 인간의 바둑에는 남은 게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나름대로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했는데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그간의 소회를 털어놨다.
또 그는 "산업 혁명과 또 다른, 엄청난 변화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세돌은 "이제는 정말 AI와 인간이 대화로 통하며 (AI가) 지식과 정보를 정말 제대로 전달한다는 느낌도 받는다"면서도 "이제 AI는 인간과 대화하는 파트너가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생각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인간이 주체적으로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행사는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전용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10주년을 기념해 열렸다. 당시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벌여 4승 1패를 거뒀다. 바둑에서 AI가 처음 인간을 꺾은 세기의 대결이었다.
허사비스 CEO는 지난 27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를 잇달아 만나며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