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먹는 알부민 영양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언론의 집계에 따르면 시중에 풀린 알부민 제품은 1200여 종이나 된다.
알부민 영양제가 피로 회복, 체력 증진, 면역력 강화 등의 효능이 있다는 내용의 광고도 자주 나온다. 광고에는 주로 의사 출신의 의료인들이 모델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알부민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먹는 알부민이 아무런 효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부민 영양제 효과 논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코파일럿이 생성한 이미지 ⓒ AI
9일 의료계 취재를 종합하면, 먹는 알부민 광고와 홍보에 나서는 걸 의료인들이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강병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최근 한겨레신문에 쓴 ‘알부민을 먹으면 몸에 좋을까’라는 칼럼에서 “모델 노릇을 한 의료인들은 하나하나 기억해 두었다. 전문가로서 몇 푼의 돈에 이름을 파는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로 삼기 위해”라고 지적했다.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알부민을 구강으로 섭취해서 건강에 득이 된다는 건 의사라는 권위를 내세워 일반인을 혹세무민하는 사기임에 틀림없다”면서 “의사협회는 이런 비윤리적인 의사들을 징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영석 대한간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은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유명 의사들이 나와 알부민의 효능을 말하지만, 이를 전문가 의견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면서 “고가의 알부민을 사먹는 대신 육류, 두부, 달걀, 우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 알부민의 정체와 역할
강병철 전문의의 칼럼을 요약하면, 알부민은 물과 호르몬, 약물, 지방산 등을 운반하고 물을 혈관 속에 붙잡아두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이 때문에 혈액 속 알부민이 부족하면 물이 조직으로 빠져나가 몸이 붓는 ‘부기’ 또는 ‘부종’ 증상이 발생한다.
알부민은 간에서 생성되며, 정상적인 건강 상태에서는 소변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알부민 부족은 간 기능이 떨어졌거나 콩팥에 병이 생겼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알부민이 부족하면 외부에서 알부민을 보충해야 하는데,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먹어서 섭취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주사’해야 한다. 왜냐하면 알부민도 단백질의 하나이므로 소화기관에서 분해돼 아미노산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알부민 영양제’는 간 또는 콩팥 기능이 떨어졌거나 통풍이 있는 환자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된다.
게다가 사람이 알부민 효과를 보려면 ‘인간 알부민’을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한다. 시중의 ‘알부민 영양제’는 모두 달걀 흰자 등 ‘동물 알부민’로 만든다. 따라서 굳이 ‘알부민 영양제’를 챙겨야 한다면 달걀을 먹으면 된다.
◆ 먹어서는 혈중 알부민 증가하지 않아
이 같은 사실은 연구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연구팀이 2024년 발표한 논문에서는 폐 질환 환자 87명을 대상으로 경구용 알부민을 투여했지만 투여 전후 혈중 알부민 농도의 변화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스위스 바젤 대학병원 연구팀의 2023년 논문에서도 입원환자 763명에게 영양 보충 치료를 시행했지만 단기간(7일) 내 혈중 알부민 농도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임상 결과가 포함됐다.
미국 에모리대학 연구팀의 연구(2004년)에서는 혈청 알부민 농도가 낮은 환자에게 단백질 보충제를 제공하는 것보다 식이 상담을 통해 식단을 개선하는 것이 혈중 알부민 증가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