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가 5일 입장문을 내고 한미약품의 복합고지혈증치료제 로수젯(성분명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의 원료 변경이 국민 건강과 의약품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이는 최근 한미약품 내부에서 불거진 로수젯 원료 변경 관련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로수젯은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로, 지난해 처방액 2279억 원을 기록한 국내 원외처방 1위 의약품이다. 2025년 11월 출시 이후 9년 만에 누적 처방액 1조 원을 돌파했다.
한미약품 로수젯 ⓒ 한미약품
6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약품은 지난달 로수젯의 주성분 중 하나인 로수바스타틴의 원료 공급처 변경을 시도했다.
이 사실은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등 한미약품 경영진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던 가운데 알려졌다. 박 대표 등 경영진이 대주주가 로수젯의 원료를 국내 사용 전례가 없는 저가의 중국산으로 바꾸라고 압박했다며 반발하면서다.
박 대표 쪽에 따르면 신 회장은 현재 킬로그램(kg)당 250만 원 정도인 국산 원료를 100만 원 이하의 중국산 원료로 교체할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의혹이 드러나자 의료계 및 제약업계에서는 로수젯의 품질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로수젯이 널리 처방되고 있는 약재여서, 품질 변화가 자칫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대표는 4일 한미약품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로수젯의 원료를 미검증 중국산 원료로 바꾸면 정말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가”라며 “이미 로수젯 복용과 처방을 지속해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원가 절감 차원에서 제안한 것일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원료 변경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약사회는 입장문에서 “의약품 원료는 동일 성분이라 하더라도 제조 환경, 생산 공정, 품질관리 수준, 불순물 관리 체계 등에 따라 품질과 안전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원료 변경은 단순한 공급처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의 치료 효과와 환자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충분한 과학적 검증과 규제당국의 엄격한 평가를 전제로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약품 원료 선택과 품질관리는 기업의 일반적인 경영 판단과 동일한 기준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신 회장을 저격한 대목으로 읽힌다.
다만 제약업계는 원료 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료 공급처를 변경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원료의약품 등록(DMF) 및 변경 승인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수익성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장기간의 행정적 절차와 품질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