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생 여성 정치인 신지혜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에게 정치는 거창한 '이데올로기의 전쟁터'가 아니다. 그에게 정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사회적 약자인 이웃들이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세상을 살게끔 만드는 작업이다.
신 최고위원은 최근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정치합니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의 제목처럼 그는 어찌보면 '소박한' 정치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치열하게 오늘을 살고 있다.
허프포스트는 28일 기본소득당 당사에서 신지혜 최고위원을 직접 만나 기본소득과 성평등, 주거권 등을 외치며 '지금의 행복'을 정조준하는 정치인의 포부와 고민을 들어봤다. 다음은 신 최고위원과 일문일답.
- 책 제목이 ‘절망적’이면서도 ‘도발적’인 것 같다. 굳이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라는 표현을 쓴 이유가 있나.
“책의 에피소드 중에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라는 부분이 있는데 출판사에서 그 에피소드를 보시고 아예 책 제목으로 가자라고 제안하셔서 저도 동의를 했다.'지금 안 살고 싶다'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는데 그런 절망적인 표현은 아니다.
우리가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잘 풀리지 않거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다음 생애'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번 생애에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에 가깝다.
열심히 활동하는 원동력이 뭐냐라는 질문에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이번 생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려고 하고 제가 원하는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살아보고 싶어서 그런 세상을 만들려고 정치합니다라고 답한다.”
- 판자촌 재건마을 공부방 선생님이었을 때 이야기를 담은 부분이 흥미로웠다. 페미니스트이자 진보정당의 활동가로 일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한 계기로 발달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는데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그 발달장애 어린이들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어머님들이랑 같이 대화하면서 정책의 빈 부분도 알게 되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구조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계기가 됐다.
공부방에서의 경험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11년 포이동 재건마을에 화재가 나서 두 달 동안 주거 복구와 일상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같이 살았는데 그때 찾아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정치인이 거의 없었다. 당시 구청에서는 주민분들을 빨리 다른 체육관으로 보내버리고 싶어 하거나 빨리 그 마을을 떠나게 하는 데만 초점이 맞추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삶을 개선해 나가려 노력하는 정치인이 없다는 걸 보면서 정당과 정치가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이들 편에 서 있는 정치인이 정말 필요한데 아무도 없네? 그러면 나라도 좀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었던 것 같다.”
- 단골집에 얽힌 사연을 얘기하며 민생회복지원금을 '동네에 대한 애정표현'이라 표현했다. 보통 민생지원금이나 기본소득을 얘기하면 국가재정과 같은 '거대 담론'이 나오곤 한다. 기본소득당 일원으로서 기본소득을 더 쉽게 표현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기본소득은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고민하게 만드는 자원’이라 표현하고 싶다. 특정한 금액의 돈이 매달 들어온다고 했을 때 나는 기본소득으로 뭘 할까 같은 고민을 하게 되고 나에게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을 선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돈이 ‘딱 한번’ 주어지고 마는 것이라면 최선의 선택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사람들은 나를 위해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위해서 이 기본 소득을 어떻게 쓸까 그런 고민들을 할 것이다.”
-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어 기본소득이라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이세돌 기사가 AI와 바둑을 뒀을 때 사람들이 기본 소득에 대한 지지가 커졌었다. 기술이 발전하면 나중에 인간이 정말로 쓸모 없어질 수도 있겠다라는 위기의식을 느꼈었던 분들이 진짜 기본소득은 올 수밖에 없는 미래구나 같은 생각들 많이 하셨던 것 같다.
근데 저희는 기본소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앞으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먹고 살 길이 없어서, 사람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 최소한의 생계비를 준다는 느낌은 지금의 기초 생계급여 같은 굉장히 '시혜적' 관점일 수 있다.
오히려 AI의 발전은 우리 인류가 계속해서 연구하고 발전시켜 왔고, 특히나 국가가 키워나가려고 애썼기 때문에 만들어진 발전이다. 그렇다면 이 발전의 수익은 사실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분배도 같이 설계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두가 누리는 분배는 '공유부'라는 권리가 되는 셈이다.”(공유부는 ‘모두의 것’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특정 주체가 독점할 수 없고 공동체에 배분되는 부를 뜻한다.)
- 책에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로서의 삶도 담겨있다. 특히 한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를 '육묘'(育猫)하고 있다는 에피소드가 재미 있었다. 같은 고양이면서도 서로 너무나 다른 두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의 삶은 어떤가?
“다 자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지내게 된 것이라 고민이 많았다. 둘 다 성격이 사납지 않아 막 피 터지게 싸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좋지는 않다. 어차피 저보다 훨씬 집에 오래 있는 건 두 고양이들이다. 제가 개입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얘네 둘만 있을 때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진짜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너무 심하다 싶으면 두 고양이를 말리고 그렇지 않으면 지켜보기만 한다.
지오(젊은 고양이)가 시루(늙은 고양이)를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랑 되게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늙어가면서 하지 못하는 일이 늘어난다. 두 고양이의 동거를 보면서 돌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 요즘 20대가 극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젊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진보정치인 입장에서 원인과 해법이 있다면.
“극우가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잘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 자원이 한정돼 있는데 그걸 특정 국가 출신이 혜택을 누린다고? 세상이 이렇게 어려운데 쟤네한테 더 유리한 룰을 만든다고? 누군가에게 가는 지원들을 불공정하고 생각하는 메시지 자체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왜 사람들이 그런 극우적 메시지에 호응하는지 살펴보면 불평등이 심화된 사회일수록 왜 내가 혜택을 못 받고 저 사람이 받는 건데, 이런 생각들이 퍼져나가는 것 같다. 그런 취지에서 사실 우리가 국가의 재정적 책임이나 공동체의 연대 같은 가치들을 증진시키려면 결국은 불평등 문제가 핵심이다. 정치권에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들을 실질적으로 펼쳐나가야 극우의 부상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은 1987년 부산에서 태아나 통영여자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등 시민활동을 펼폈으며 2015년 노동당 고양파주당원협의회 위원장을 맡았고 2019년 노동당 대표에 올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함께 '기본소득'이라는 정치적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노동당에서 나와 2019년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를 역임했으며 2022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2026년 1월 현재 기본소득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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