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사모펀드(PEF) 업계 CEO들을 만나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특히 이 원장이 일부 사례에 ‘공적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이자 ‘홈플러스 파산 위기’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는 MBK파트너스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찬진 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9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CEO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지난 20년간 PEF 산업이 우리 경제의 핵심 축으로 성장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발생한 일련의 불법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 원장은 “PEF 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으며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도록 PEF 산업의 긍정적 기능과 역할은 분명하게 인정받아야 한다”며 “다만 최근 발생한 일부 운용사의 불법·부당한 행위로 인해 시장질서가 문란해지고, 투자자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PEF 산업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무관용’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금감원은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최근 투자자 보호와 시장질서가 훼손되는 일부 사례로 인해 공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이야기한 ‘공적인 개입’을 두고 홈플러스 파산 위기 사태와 관련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를 겨냥한 이야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MBK가 홈플러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21일 ‘직무정지'가 포함된 조치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직무정지는 자본시장법상 해임요구 다음으로 무거운 수위의 제재다.
이 원장은 규제와 검사의 강화가 정상적 투자 활동까지 위축시키지 않도록 감독 방식을 정교화하겠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이 원장은 “시장부담 최소화를 위하여 저인망식의 일률적인 규제가 아닌 리스크가 집중된 영역을 정밀하게 살피는 '핀셋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준법감시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컨설팅을 통해 운용사별 자율규제능력을 제고하는 등 지원방안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PEF가 건전한 자본시장을 위해 해줘야 할 역할으로 △건전하고 투명한 투자문화 정착 △사모펀드 신뢰 회복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투자 관행 정착 △모험자본 공급자로서 적극적 역할 수행 등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여러분께서 심기일전하여 투자자 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핵심 기준으로 삼아주신다면 PEF 산업은 다시 한 번 시장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라며 “금융감독원도 여러분이 가진 모험자본 관련 경험과 노하우가 국가 경제의 혁신과 성장의 엔진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찬진 원장, 서재완 금융투자 부원장보, 자산운용감독국장, 금융투자검사3국장 등 당국자들과 12개 PEF 운용사 CEO들이 참석했다. MBK파트너스 쪽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참석한 CEO들은 이 원장에게 감독 당국의 방향성에 공감하며, 내부통제 강화와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믿고 맡길 수 있는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화답했다.
CEO들은 또한 해외 PEF와 동일, 유사한 투자를 할 때 규제 때문에 국내 PEF에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형평성 있는 규제를 마련해 줄 것을 건의하는 한편 앞으로 PEF 관련 법규를 개정할 때 국내 PEF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업계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