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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가 죽었다. 이제는 새삼 놀랍지도 않은 사실이다. 코로나 시대를 거쳐 OTT가 안방을 접수하고 대중들은 더 이상 한 달 OTT 구독료에 버금가는 티켓 가격에 선뜻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관객 수가 줄면서 영화 티켓 가격은 점점 오르는 반면 극장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서비스 수준을 낮춰왔다. 특히 흥행 공식에만 의존한 '게으른 신작 영화'들은 관객들을 더욱 피로하게 만들었다.

'아바타: 불과 재' 포스터(왼쪽), 사진 자료.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뉴스1
'아바타: 불과 재' 포스터(왼쪽), 사진 자료.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뉴스1

그런데 최근 침체된 극장가에 다시 한 번 활력을 불어넣는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상업영화의 거장 제이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불과 재’다.

아바타. 그리고 극장의 존재 이유.

우주를 배경으로, 백인 식민지 개척자들의 원주민 학살을 연상시키는 서사를 펼쳐 온 영화 ‘아바타’ 시리즈는 판도라 행성의 원주민 ‘나비족’의 몸과 인간의 몸을 오가며 임무를 수행하던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 분)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그린 〈아바타〉(2009)를 시작으로, 나비족의 삶을 선택한 뒤 인간에게 쫓기다 결국 아들마저 잃게 되는 상실을 담은 〈아바타: 물의 길〉(2022), 그리고 관계의 균열 속에서 다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가족애를 그린 〈아바타: 불과 재〉(2025)까지 이어진다.

2009년 ‘아바타’가 처음 공개됐을 당시 대중의 관심은 영화사에서 유래없을 정도였다. 생태주의를 전면에 내세웠고, 어찌보면 백인인 제임스 카메론 감독 본인 선조들의 원죄에 대한 일종의 반성문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다른 영화와 궤를 달리하는 압도적인 시각효과에 대중은 열광했다.

거의 ‘차력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첨단 CG 기술로 무장한 ‘아바타’는, 서사를 기술보다 앞세우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과 관람 경험을 먼저 설계한 뒤 그 위에 이야기를 얹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접근은 관객에게 극장이라는 공간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영상과 음향, 입체감을 선사했다. IMAX·3D·4D 등 특수관 포맷과도 놀라울 만큼 높은 궁합을 보여줬다. 그 결과 관객들 사이에서는 ‘극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체험’을 위해 상영 포맷을 비교하며 여러 차례 관람하는 이례적인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후 ‘아바타: 불과 재’ 이전까지 개봉한 두 편의 작품은 전 세계 역대 흥행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국내에서는 ‘쌍천만 관객을 돌파한 시리즈’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이는 침체된 극장가 속에서도 ‘한 번은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라는 강력한 브랜드 인식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바타: 불과 재'를 찾기 위해 극장가를 찾은 사람들. ⓒ뉴스1
'아바타: 불과 재'를 찾기 위해 극장가를 찾은 사람들. ⓒ뉴스1
'아바타: 물의 길'을 찾기 위해 극장가를 찾은 사람들. ⓒ뉴스1
'아바타: 물의 길'을 찾기 위해 극장가를 찾은 사람들. ⓒ뉴스1

여기에 2024년 할리우드 파업의 여파로 대작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2025년 개봉한 ‘아바타: 불과 재’는 '오랜만에 등장한 제대로 된 대형 영화'로 인식되며 관객의 잠재 수요를 한꺼번에 끌어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아바타: 불과 재’는 기술과 스케일, 브랜드 파워, 극장 경험이라는 요소가 겹치며 “이 정도면 스트리밍이 아니라 극장에 가야 한다”는 심리를 자극했고, 침체된 극장가에서 관객을 다시 불러들이는 상징적 작품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 가운데 서사가 가장 얄팍하다는 평가와 함께, 체험적 요소에서도 일정 부분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3D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1편이 강렬한 충격을 안겼고, 13년 만에 공개된 2편에서는 수중 퍼포먼스 캡처와 생체 발광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며 또 다른 관람 경험을 제시했다.

반면 비교적 짧은 간격으로 개봉한 이번 3편은 새로운 기술적 체험보다는 기존 포맷의 연장선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는 '3편이라기보다는 2.5편에 가깝다'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바타: 불과 재’가 다시 한 번 천만 관객 고지를 넘을 수 있을지에 영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출발은 순조롭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아바타: 불과 재’는 29일 기준 누적 관객 수 403만6399명을 기록했다. 개봉 이후 12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킨 데 이어, 2주 연속 주말 전체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2025년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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