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2024.6.21ⓒ뉴스1
"한 사람의 격노로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됐다."
고(故) 채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저격하는 말을 남겼다. 박 전 단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채상병 사태 당시 통화와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 2024.6.21ⓒ뉴스1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입법청문회에서 "지난해 7월 31일 오전 11시 안보실 회의를 주재하던 대통령이 격노하고, 대통령실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건 것이 출발점이었다"며 "긴박했던 이날의 상황은 박진희(군사보좌관), 김계환(해병대 사령관) 연이어 전화와 브이아이피(VIP) 명령을 하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명 뒤 박은정 의원은 박 전 수사단장에게 "이 사건을 수사하고 결과를 보고하고 할 당시에는 몰랐던 내용"이라며 "이 내용을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냐?"고 질문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6.21ⓒ뉴스1
"참담했다." 박 전 수사단장이 답했다.
그는 "(2023년) 7월 30일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이제 7월 31일 언론 브리핑을 하고 이후에 8월 2일 경북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하겠다 이것이 계획된 타임 테이블이었고 관련 내용은 지금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이종섭 장관에게도 정확하게 다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고 제가 앞에서 말씀드렸다. 절차대로 법대로 규정대로 진행되면 될 일이다.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서 이 모든 것이 꼬이고 엉망진창이 되고 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됐다"며 "그 과정에 저렇게 많은 통화와 공모가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참담하고 대한민국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지 도대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수사 과정에서 겪었던 외압 의혹을 조목 조목 나열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당시 사령관이 자신을 집무실로 불렀다고 말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사령관이 저에게)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망 사고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하였다고 했다"며 "대통령이 국방과 관련하여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왼쪽부터),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 2024.6.21ⓒ뉴스1
또,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저에게 전화해 '사건인계서를 보내라', '죄명·혐의자·혐의 내용을 빼라', '수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마라'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이후에도 법무관리관은 저와 이틀에 걸쳐 5회 통화하면서 '혐의자, 혐의 내용 등을 빼라', '혐의자를 직접적 과실 있는 자로 한정해라' 등의 말을 했다"며 "이제 와서 법무관리관은 단순히 의견 제시를 했다고 하지만 단순한 의견제시라면 왜 이틀에 걸쳐 5회 통화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법무관리관도 자신의 발언이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외압으로 느끼십니까?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너희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 책임있는 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이 말은 제가 고 채 상병 시신 앞에서 다짐하고 약속한 말이다.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다음 달이면 채 상병이 사망한 지 벌써 1년이 된다. 사건의 실체, 진실은 규명되지 않고 있고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기만 하다. 최근 채수근 상병 어머니의 편지를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누가 내 아들을 구명 조끼없이 물에 들어가게 하였는가? 누가 그 세찬 물살에 장화를 신게 하였는가? 편지 속 어머니의 질문은 작년 7월 28일 제가 남원에서 유가족 대상 수사 결과를 설명했을 때 하신 말씀과 같다. 1년이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도 어머니는 똑같은 질문을 하고 계시고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현실에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보직해임 된 박 전 수사단장은 집단 항명 수괴(→항명) 혐의로 현재 기소돼 군사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저는 현재 사령부로부터 약 4km 떨어진 사무실에 격리되어 11개월째 아무런 임무 없이 출퇴근만 하고 있다"며 "모든 업무로부터 배제되고 부하들과의 자유로운 접촉도 차단된 상태"라고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한 개인이 국가 권력을 상대로 그것도 최고 권력을 상대로 이렇게 버틴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라며 "매일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제가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 거부 이유를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2024.6.21ⓒ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