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이다. 송년회, 크리스마스, 새해 준비 등 이것저것 처리하기에도 바쁜 시기지만 연말 분위기를 놓치기는 또 아쉽다. 그렇다고 돈을 쓰기는 부담스럽다. 이미 난 텅장인 걸.
한껏 홀쭉해진 지갑 사정을 챙기면서 연말 분위기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인 '아주 경제적인 방법'이 있다. 오늘도 스쳐지나 왔을지도 모를 그곳, 우리 동네 스타벅스다.
스타벅스 자료사진. ⓒAdobe Stock
365일 재즈풍 음악이 끊이지 않고, 향긋한 커피향이 가득하다. 친구를 만날 때나, 왠지 울적한 기분을 털어내고 싶을 때나 스타벅스는 안성맞춤이다. 톨 사이즈(355ml) 기준 카페 아메리카노가 4500원. '뜨아'도 '아아'도 동일한 가격으로, 5천원도 되지 않는 비용으로 기분 전환이 가능하다.
권남희 작가의 신작 '스타벅스 일기(한겨레 출판)'와 함께라면 혼자도 아니다. 30년차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인 권 작가는 딸을 독립시킨 50대 여성으로 때때로 빈둥지증후군(자녀가 독립하고 난 뒤 부모가 느끼는 외로움과 상실감)을 경험하고 있다. 극 내향형인 권 작가는 사실 스타벅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우연한 기회로 스타벅스에 발을 들이며 스타벅스 출근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권남희 작가. ⓒ한겨레출판
*권남희 작가는 '밤의 피크닉', '달팽이 식당', '카모메 식당', '마녀 배달부 키키' 등 여러 책을 번역했고,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혼자여서 좋은 직업' '어느 날 마음속에 나무를 심었다'를 썼다.
스타벅스 자료사진. ⓒAdobe Stock
3일만 집에 있으면 우울증이 생긴다는 말을 뒤늦게 이해하게 됐다는 권 작가는 "스타벅스는 매장 직원이나 주변 손님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자유롭고, 오픈된 장소여서 혼자 있는 방종을 막아주어 공부나 작업이 능률적이다"라고 말한다.
평소 나무늘보보다 움직임이 적었다는 권 작가는 스타벅스로 출근하며 매일 최소한 왕복 2km 이상 걷게 됐다.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빈둥지증후군도 낫고 '일석삼조'다.
표지도 귀여운 '스타벅스 일기'. ⓒ한겨레출판
'스타벅스 일기'는 권 작가가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마시며 쓴 일기다. 작가는 날마다 그날 마실 음료를 정하는 것으로 시작해 다양한 시즌 한정 음료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내기도 하고, 옆자리 손님들의 대화나 옷차림, 자신과 짧게 스친 인연들을 붙잡아 때론 가벼운 웃음으로, 때론 삶에 관한 묵직한 사유로 담아낸다.
"스타벅스에서는 음료를 마시면 별을 하나씩 적립해 주는데(텀블러 사용 시 ‘에코별’ 하나가 추가로 적립된다), 그런데 오늘은 텀블러를 깜박하고 놓고 와서 에코별 한 개를 받지 못했다. 가방을 열다 텀블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의 아찔함은 교과서를 빼먹고 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12개를 모으면 자그마치 무료 음료 쿠폰을 주는데.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라고 윤동주 님은 별을 노래하셨지만, 나는 별 하나에 무료 쿠폰을 꿈꾼다."(본문 22~23쪽)
"일하시는데 시끄럽게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아, 그 문제요. "(귀에 이어폰을 가리키며) 아닙니다. 이어폰 끼고 있어서 안 들렸어요."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세요." "감사합니다." 이어폰 껴서 안 들렸다고 하면서 그분이 나직하게 하는 말 다 듣고 대답한 아줌마. 옆에서 일하는 사람 시끄러울까 봐 아저씨는 내내 신경이 쓰이셨나 보다. 스벅에서 떠드는 사람은 많지만, 사과하시는 분은 처음 보아서 신선한 감동이었다."(본문 189쪽)
'연말에 뭐 하지?' 여전히 고민스럽다면 권남희 작가의 '스타벅스 일기'를 추천한다. 이왕이면 스타벅스에서 첫 장을 열어보시길. 재미가 2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