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는 범죄와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 각박한 세상에서, SBS 드라마 '악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인간의 탐욕은 악귀보다 무섭다는 경고와, 타인의 목적이 아닌 나를 위해 온전히 인생을 "살아 보자"는 위로였다.
이 드라마에서는 사람들이 악귀에 의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왜 악귀는 여러 방법 중 극단적인 선택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일까? 김은희 작가는 지난 6일 SBS 유튜브 채널 'SBS NOW'에서 공개된 코멘터리에서 "그 사람이 잘못해서가 아니고 누군가의 부추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SBS 유튜브 채널 'SBS NOW'에서 공개된 코멘터리 영상 장면 ⓒSBS NOW 유튜브 채널
김 작가는 악귀가 남긴 손목 빨간 멍에 대해 "자살 사건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라는 염해상 교수의 첫 대사를 언급하며, "악귀가 사실 그 사람을 죽이는 거고, 악귀가 내 안에 도사리는 나쁜 생각이라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람의 잘못으로 자살하는 게 아니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SBS 유튜브 채널 'SBS NOW'에서 공개된 코멘터리 영상 장면 ⓒSBS NOW 유튜브 채널
흔들리는 청춘과 어른들의 악행
드라마 '악귀'의 주인공 구산영(김태리 분)은 꿋꿋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떳떳하게 돈을 벌었다. 그는 틈틈이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열심히 살았다. 불행하게도 구산영은 아버지의 유품인 댕기를 받았고, 악귀가 붙었다.
민속학자 염해상(오정세 분) 교수는 목숨을 걸고 엄마를 죽인 악귀의 정체를 파헤쳤다. 구산영의 몸에 있는 악귀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5가지 물건을 찾으러 다녔다.
염 교수는 구산영을 돕는 유일한 어른이었다. 김은희 작가는 청춘에 대해 "가장 흔들릴 때다. 그러니까 많이 부딪히며 실수도 하는 시기"라며 "그 시기를 조금 더 현명하게 이끌어 주는 어른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22일 방송된 SBS 드라마 '악귀' 방송 장면 ⓒSBS
악귀를 만든 건 장진리의 마을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이웃과 자신의 어린 자식을 팔아 무속인에게 받쳤다. 어린 아이들은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비참하게 죽어갔다. 이웃들은 큰돈을 받았고, 잔치를 열어 배불리 먹었다. 김은희 작가는 실제 50년대 악귀를 만드는 악습 기사를 바탕으로 태자귀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악귀를 원하는 사람은 하나같이 탐욕스러운 사람들이었다. 악귀보다 더 무섭고 잔인한 건 부와 권력에 눈이 먼 어른이었다. 염해상 교수의 할머니인 나병희는 부를 얻는 대신 자신의 남편과 아들의 목숨을 대가로 받쳤다. 마치 돈의 노예가 된 채, 휴대전화도 없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나병희는 "내가 살면 너도 산다"는 악귀의 거래에 손잡고, 악귀를 없앨 방법을 철저하게 숨겼다. 그러나 구산영은 달랐다. 구산영을 사람들을 살리고 싶어 했다. 또, 그는 악귀가 시키는 대로가 아닌, 자신답게 살기를 원했다. 악귀는 그런 구산영을 부러워했고, 같이 있고 싶어 했다. 그러나 구산영은 악귀와 거래하지 않았다. 구산영은 악귀에게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악귀도 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지난 28일 SBS 드라마 '악귀' 방송 장면 ⓒSBS
악귀도 결국엔 사람이었다. 살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어 했던 아이였다. 마지막까지 악귀에게 사과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김은희 작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어쩌면 악귀보다 더 나쁜 어른들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이 모두 죽음을 맞이한 이향이 가족. 이향이는 염매라는 주술 방식을 통해 목숨을 잃고 악귀가 됐다.
악귀는 어떻게든 구산영의 몸에서 살고 싶어 했다. "우린 살려고 했어. 먹을 게 없어서 나무껍질까지 벗겨 먹고, 친자식까지 팔아먹으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악을 했다고"라고 소리쳤다.
악귀는 "니들은 죽고 싶어하잖아. 구산영 이 계집애도 똑같아. 외롭다고 힘들다고 죽고 싶어 했어. 진짜 외롭고 힘든 게 뭔지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그렇게 원하던 인생이란 걸 포기하려고 했다고. 그럴 거면 내가 살게.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내가 살아볼게. 그러니까 나를 살려줘"라고 말했다. 염해상 교수는 악귀에게 "죽을지 살지 결정하는 건 산영 씨의 몫"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의 의지로 살아가볼거야"
지난 29일 SBS 드라마 '악귀' 방송 장면 ⓒSBS
구산영은 "나는 나를 위해 한순간도 살아본 적이 없었어.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해본 적도,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걸어가 본 적도. 나는 왜, 누굴 위해 그렇게 스스로에게 가혹했을까?"라고 자신에게 물었다.
구산영은 악귀에게 결국 몸을 빼앗기고 거울 속에 갇혀 서서히 죽어갔다. 어둠 속에서 구산영은 자신을 죽이려는 존재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건 바로 악귀의 얼굴이 아닌 자기 얼굴이었다.
지난 29일 SBS 드라마 '악귀' 방송 장면 ⓒSBS
구산영은 자신이 스스로 죽이고 있었다고 깨닫고 나니 죽을 수가 없었다. 구산영은 각성했다. "오직 나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을 택할거야. 엄마를 위해서도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완전히 나의 의지로 살아가 볼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결국 구산영은 자신의 의지로 악귀를 제거하고 자기 삶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