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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선 ⓒ유튜브 채널 'Again 가요 톱 10'
김완선 ⓒ유튜브 채널 'Again 가요 톱 10'

“한참 활동하던 시절에는 여자가수 스물다섯살이면 은퇴하는 나이인 줄 알았어요. 오십 넘어 20대 젊은 친구들이 제 노래를 따라 부를 줄 누가 알았겠어요. 오랜 팬들이 저보다 더 기뻐해요.”

데뷔 38년차 김완선이 “우리 엄마랑 동갑 언니”로 제트(Z)세대를 접수했다. 이효리, 보아, 화사 등과 함께한 <댄스가수유랑단>(tvN)에서 동갑내기 엄정화와 열일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것.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의 춤을 커버한 동영상과 “<우정의 무대>는 많이 갔지만 대학 축제는 처음”이라는 그의 축제 공연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 뮤지컬 <어게인 여고동창생> 출연과 회화 전시까지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현재진행형 ‘댄싱퀸’을 6일 저녁 서울 양천구 목동 뮤지컬 공연장에서 만났다.

김완선 ⓒKW선플라워엔터테인먼트
김완선 ⓒKW선플라워엔터테인먼트

“보통 무대를 끝내면 힘이 쭉 빠지는데 끝나고 오히려 에너지로 꽉 차버린 듯한 공연은 처음인 것 같아요. 그때 아직 대학 축제 공연을 안갔던 (엄)정화랑 보아가 어땠냐고 묻길래 에너지 ‘만땅’으로 받을 거라고 했죠.”

객석의 학생들이 쩌렁쩌렁하게 노래를 따라부르던 건 나중에 동영상을 보고 알았단다. “너무 행복했죠. 더 이상의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어요.” ‘한국의 마돈나’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톱스타 시절만큼 행복했을까. “그때는 내 인기가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사랑 받을수록 엉뚱한 곳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커졌죠. 오히려 대중의 관심이 사라지면서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1992년 갑자기 국내활동을 접었다. 매니저였던 이모 한백희씨가 벌여놓은 많은 빚과 송사를 해결하느라 2000년대가 후딱 지나갔다. 2006년 모든 게 지긋지긋해져 한국생활을 청산하려고 떠났던 하와이 유학에서 비로소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됐다고 한다.

“2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거든요. 영어도 안되는데 에세이 숙제를 해야 하니까(웃음). 가수 활동하며 잠도 못자고 일했지만 그건 열심히 한 게 아니라 그냥 끌려다니면서 내 인생을 방치했던 거다라는 ‘현타’가 오더라고요.”

김완선 ⓒKW선플라워엔터테인먼트
김완선 ⓒKW선플라워엔터테인먼트

김완선의 섹시한 춤과 노래에 열광했던 팬들에게서 멀어졌지만 그는 2011년부터 디지털 음원을 꾸준히 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위안부 피해 여성을 위한 컴필레이션 앨범 <이야기해주세요>에 자작곡 ‘히어 아이 엠’을 수록하고 이한철, 타이거 제이케이(JK), 클래지, 윤종신 등과도 협업했다. 어린 나이에 활동하며 내내 혼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는 협업이 너무나 즐겁단다. “<어게인 여고동창생>도 <댄스가수 유랑단>도 같이 하는 일이라 너무 재밌어요. 연습이나 촬영갈 때 친구들 보러 학교 가는 거 같아요. 동료들과 어울릴 길을 찾지 못하고 30대까지 후딱 지나가 버렸거든요.”

꾸준히 발표한 싱글을 모아 2020년에는 앨범 <2020 김완선>을 발표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응이 없으면 맥빠지기도 하죠. 회사 도움없이 해야 하니까 홍보력도 약하고 아쉬운 점도 많지만 그래도 어쨌든 계속할 수는 있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게 멈추지 않고 이걸 쭉 해왔다는 거 같아요.” 사람들이 지금 그의 무대를 보며 ‘방부제 실력’이라고 하는 것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계속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고.

지난 4월 말 발표한 싱글 ‘오픈 유어 아이즈’는 데뷔했던 17살의 자신에게 건네는 노랫말과 어린 시절 활동하던 동영상을 뮤직비디오에 담았다. 한때는 차라리 지워버리고 싶었던 ‘공허한 영광’을 처음으로 응시한 것. “내 인생이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 왔는지 모르겠고, 앞으로 갈 길은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어릴 때의 나를 보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처받기 전의 내 열정과 마음을 되찾고 싶기도 했고요. ”

김완선이 '한국의 마돈나'로 불리던 톱스타 시절보다 오십 넘은 지금이 더 행복한 이유를 밝혔고, 용기를 잔뜩 심어준다
'댄스가수 유랑단' 속 김완선. ⓒtvN

그 열정을 되찾은 것 같은 요즘이다. 아이유 등 후배 가수들이 여러 번 리메이크했던 히트곡들을 직접 리메이크해 달라는 팬들의 성화도 커졌다. 올여름부터 직접 제작한 리메이크 음원을 순차 공개할 예정이다. “계획했던 건 아닌데 행사를 다닐 때 쓰던 음원들이 낡아서 바꿀 때가 됐어요. 그래서 녹음을 했는데 기대보다 맘에 쏙 들게 나왔어요. 디지털 음원으로 제대로 공개하기로 했죠. 저도 설레요. 하하”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그는 그가 하는 시도들과 지금 대중에게 받는 사랑이 “평생 나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가 겪은 실수와 실패들도 마찬가지다.

“하루아침에 지혜로운 어른이 될 수 없을 거고 앞으로 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제가 겪은 그 많은 실수와 실패들이 저에겐 엄청난 빅데이터로 쌓였잖아요? (웃음) 그럼 이제는 그런 시행착오를 좀 덜 하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갖게 되는 나이가 바로 지금 제 나이 아닐까요?”

한겨레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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