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첫 아이 출산을 앞둔 일본의 한 여성 시장이 출산휴가를 선언했다. 축하보다 논쟁이 먼저 쏟아졌다.
가와타 쇼코 시장 ⓒ가와타 쇼코 인스타그램
교토부 야와타시의 가와타 쇼코 시장(35)은 현직 여성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그의 선택은 일본 사회가 여성의 일과 출산을 바라보는 시선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졌다.
가와타 시장은 교토대를 졸업한 뒤 교토시 공무원과 산토 아키코 참의원(당시) 비서를 지냈다. 2023년 11월 33세의 나이로 시장에 당선됐으며, 지난해 결혼해 현재 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가와타 시장은 출산 전 8주와 출산 후 8주를 포함해 총 16주간의 출산 휴가를 사용할 예정이다.
출산휴가를 사용하겠다는 발표가 나오자 일본 주요 언론이 이를 비중 있게 다뤘고, 여론조사까지 실시됐다. 온라인에서는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가와타 시장의 출산휴가 선언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자,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6일 사설에서 "안심하고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가와타 시장은 16일 마이니치와의 인터뷰에서 임신 사실을 알았을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임신을 알았을 때 불안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임기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시민들과 신뢰 관계가 어느 정도 쌓였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대리인에게 맡겨 몇 개월간 자리를 비워도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과 출산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성들의 현실도 언급했다.
가와타 시장은 '일과 육아 양립'에 대해 "많은 여성들이 비슷하게 느끼겠지만, 20~40대는 일에 가장 매진하고 싶은 시기"라며 "(일과 가정의) 양립의 어려움은 20대부터 계속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도 그는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가와타 시장은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며 "여전히 경력을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직장 여성에게 법적으로 출산휴가를 보장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인 시장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가와타 시장은 "남성의 경우 출산이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인 삶을 뒤로 미루면서 계속 일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면서도 "여성은 신체적으로 그렇게 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 사회의 성평등 수준과도 맞닿아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5년 발표한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에서 일본은 148개국 가운데 118위에 머물렀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최하위다.
경제 규모는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여성의 사회·정치적 대표성은 여전히 낮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방의회 여성 의원 비율은 전국적으로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젊은 여성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가와타 시장의 출산휴가 선언은 여성도 경력의 중요한 시기에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정치인 역시 출산을 이유로 경력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가와타 시장은 "일본의 성평등은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여성들이 지도자 위치에 오르는 데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더 많은 여성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면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 제도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여성 정치인의 임기 중 출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년 신보라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역 국회의원 신분에서 출산휴가를 사용했고, 이후 아기와 함께 본회의장에 출석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을 추진했다.
2021년에는 용혜인 의원이 임기 중 출산한 뒤 생후 59일 된 아들과 함께 국회에 출근해 '국회 회의장 아이 동반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