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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서 튜닉과 본다이 해변에 모인 사람들. ⓒ게티 이미지
스펜서 튜닉과 본다이 해변에 모인 사람들. ⓒ게티 이미지

동틀 무렵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해변으로 내려와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후 그들은 가로로 눕거나 일어서서 양팔을 벌리는 등 포즈를 취했고, 한 남성이 그들의 사진을 찍었다. 남성의 정체는 미국의 사진작가 스펜서 튜닉(55)이었다. 이들은 왜 해변에서 누드 사진을 찍는 걸까? 예술을 위해서일까? 절반은 그렇지만, 이 작업에는 또 다른 공익적인 이유가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에는 2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누드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그 어떤 옷도 걸치지 않았다. 촬영을 주도한 스펜서 튜닉은 ABC뉴스에 전했다. "내 생애 가장 어려운 작업 중 하나다. 본다이 해변은 (촬영하기) 어려운 장소다. 거칠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2022년 11월 26일 오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반다이 해변에 모인 2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알몸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티 이미지
2022년 11월 26일 오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반다이 해변에 모인 2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알몸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티 이미지

튜닉은 이와 같은 작업을 하게 된 이유를 밝혔는데, 예술도 예술이지만 바로 피부암을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스펜서는 로이터를 통해 "피부암 정기검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어서 뜻깊다"며 "호주에 와서 내 작품을 만들고 육체에 대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굳이 '누드 사진'을 찍은 이유는 병원에서 피부암 검사를 할 때 모든 옷을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2500명이라는 참가자 수에도 의미가 있다. 호주는 적도 부근에 있어 햇빛이 강하다. 매해 피부암으로 숨지는 사람 수가 평균 2500명이다.

2022년 11월 26일 오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반다이 해변에 모인 2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알몸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2022년 11월 26일 오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반다이 해변에 모인 2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알몸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행사는 비영리 자선 단체 스킨 체크 챔피언스에 의해 기획됐다. 스킨 체크 챔피언스는 스펜서와 파트너를 맺은 단체로, 정기적인 피부암 검진을 장려한다. 이날 참가자들은 촬영에 더불어 전국적인 피부 검사 시범 프로젝트를 위해 기금을 모았다.

한 참가자는 "나는 팔에서 흑색종(피부암의 일종)을 떼어낸 적이 있다. 모두가 꼭 피부 검진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ABC뉴스에 참여 동기를 설명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고 다들 한 번에 벗었다. 초현실적이었다. 인생에 두 번 다시없을 경험이었다." 그러자 옆에서 다른 참가자가, "알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얼굴엔 온통 모래가, 공기 중에는 소금기가 충만하지 않았나"라며 웃었다.

2022년 11월 26일 오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반다이 해변에 모인 2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알몸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2022년 11월 26일 오전(현지시각) 호주 시드니 반다이 해변에 모인 25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알몸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어떤 이에게는 누드 촬영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펜서에게는 아니다. 그는 1992년부터 30여 년간 미국, 멕시코, 네덜란드, 덴마크, 이스라엘, 스페인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이와 같은 누드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호주에서는 지난 2010년 3월에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때는 LGBTQI+(성소수자) 축제인 '마디 그라스'를 맞아 호주 사회의 성소수자 포용성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https://www.instagram.com/p/CTbjn40iOtt/

스펜서는 지난 8월 30일 아트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업이 주는 성취감이 크다고 밝혔다. "당신의 지난 작업에 참여한 누드 참가자들은 해방감과 희열을 맛봤다고 했다. 작업을 주도한 당신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스펜서는 이렇게 답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보람이 있다. 나는 참가자에게 활기찬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이 내어준 시간과 용기 그리고 신뢰에 감사하고 있다."

 

 

유해강 기자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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