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 바로 공장 작업을 재개해 사회적 공분을 산 에스피엘(SPL)이 사고 다음날이 아닌 ‘사고 당일’ 공장 작업을 재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날 만들어진 빵은 전국 매장으로 전량 유통됐다.
17일 오전 경기 평택시 팽성읍 SPL 평택공장 앞에 평택 제빵공장 사망사고로 숨진 20대 여성의 분향소가 차려져있다. ⓒ뉴스1
21일 〈한겨레〉가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에스피엘 평택공장은 15일 오전6시15분께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 오전 8시부터 12시간가량 샌드위치 라인 작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후 저녁 8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샌드위치 소스 작업을 재개했으며, 이때 만들어진 소스를 이용해 16일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앞서 지난 15일 20대 노동자 ㄱ씨는 해당 공장에서 ‘12시간 맞교대’ 야간작업을 하다 새벽 6시15분께 샌드위치 소스를 혼합하던 중 상반신이 소스 배합기(교반기)에 끼여 숨졌다.
17일 경기 평택시 SPC계열 SPL 평택공장의 모습. ⓒ뉴스1
이렇게 만들어진 샌드위치는 19종 4만1032개로 전국 파리크라상 물류센터로 전량 출고돼 매장에 유통됐다. 식약처는 “15일 사고로 배합실이 폐쇄돼 배합기를 사용할 수 없어 작업자가 샌드위치 소스를 수동으로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시 출고된 샌드위치 유통기한은 64시간으로 모두 유통기한이 지난 상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저녁 8시20분께 해당 공장의 샌드위치 생산라인 전체 작업중단을 명령했으며 현재까지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17일 오후 경기 평택시 팽성읍 SPL 평택공장 앞에서 열린 평택 제빵공장 사망사고 희생자 추모제에서 현장 근로자 및 관계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뉴스1
에스피엘은 사고가 난 뒤 기계에 흰 천을 씌워두고 기계 가동을 시작해 ‘동료가 겪을 죄책감이나 트라우마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식약처 조사 결과로 사고 당일 저녁부터 공장 작업을 재개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 20일엔 에스피씨 그룹이 숨진 20대 노동자의 장례식장에 조문객 답례품으로 주라며 파리바게뜨 빵을 놓고 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도 받은 바 있다.
21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한편, 이날 에스피씨는 서울 양재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노동자 끼임 사망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허영인 에스피씨 회장은 “15일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다시 한 번 고인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에스피씨는 총 1천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