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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야 밖에서 놀 땐 선크림 좀 바르고 다녀. 여자 얼굴이 그게 뭐냐.”(자두 아빠)

“엄만 아무것도 모르면서. 공부 잘해도 못생기면 결혼도 못하는 세상이라고!”(자두)

10여년 전 제작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도 최근의 성인지 관점을 기준으로 성차별적 고정관념이 담긴 장면을 그대로 방영했다면 제재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애니메이션 <안녕 자두야>의 제작사 아툰즈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상대로 ‘방송사에 대한 제재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 (출처 : 뉴스1) 
법원 (출처 : 뉴스1) 

지난해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전문편성채널 <대교어린이티브이>, <애니원티브이>, <챔프>에 법정제재인 ‘주의’를 주기로 의결했다. 방송심의규정 제30조 3항 양성평등에 대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주의 처분은 방송법에 따른 제재 중 가장 낮은 단계다.

10여년 전 제작된 <안녕 자두야>는 2020년까지 이들 채널에서 방영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안녕 자두야>의 ‘예뻐지고 싶어’ 편이다. 주인공 자두에게 아버지가 “밖에서 놀 땐 선크림 좀 바르고 다녀, 여자 얼굴이 그게 뭐냐”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자두에게 어머니가 ‘공부나 악착같이 하라’고 말하자, 자두는 “공부 잘해도 못생기면 결혼도 못 하는 세상이라구!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쁘게 낳아줬으면 됐잖아!”라고 투정하기도 했다.

또 자두가 보던 티브이(TV) 방송 <동물의 세상>에서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찾아다니던 수컷 구관조가 검은색 암컷을 외면하고 하얀 깃털과 큰 눈의 예쁜 암컷을 선택하자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는 해설이, 버림받은 암컷이 악어에게 잡아먹히자 “어차피 살고 싶지도 않았을 텐데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모릅니다”라는 해설이 나왔다.

원고 측은 “애니메이션 및 에피소드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와 주제 의식을 간과한 것이고, 비지상파 방송에서 반영됐고 시청률도 높지 않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편에서 다룬 주제는 ‘여성의 결혼 및 외모’에 관한 것으로, 주요 시청자인 어린이들의 성 역할에 대한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편이 제작된 지 10년이 넘기는 했으나 제작 이후 2020년께까지 어린이 방송 채널에서 계속 방영됐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어린이들에게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는 부분을 지금의 시각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제작된 영상 콘텐츠가 오늘날의 인권 감수성과 맞지 않아 갈등을 빚는 사례가 이따금 나타나고 있다. 해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과거 작품의 인종차별 논란을 의식해 ‘인종차별 경고’ 문구를 삽입하며 오늘날의 인권 감수성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디즈니의 오티티(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는 일부 작품의 도입부에 “본 프로그램에는 특정 인물이나 문화에 대한 부정적 묘사 또는 부적절한 대우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그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옳지 않다”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는 ‘피터 팬’(1953년작) ‘아기 코끼리 덤보’(1941년작) 등은 7세 이하 어린이의 시청을 차단하고, 노예제도 미화 논란이 있었던 ‘남부의 노래’(1946년작)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외했다.

<워너브라더스>는 경고문에서 “이 만화는 오늘날의 사회를 대변하지 않으나 제작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상영하지 않으면 과거에는 이런 편견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에 당시 그대로 상영된다”고 밝히고 있다.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은 “무조건 ‘옛날 방송이고 당시의 가치관이니까 괜찮다’라고 일축할 수 없는 문제”라며 “과거 방송이 오늘날 티브이(TV)를 통해 방영된다면 현재의 방송심의규정에 맞춰 심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997년 이빈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국내 애니메이션 <안녕 자두야>는 1978~1980년대 초반 서울 동작구 흑석동이 배경이다. 티브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2011년부터 방영됐다.

2020년에는 주인공 자두의 같은 반 친구가 자두의 용변 보는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해 이를 빌미로 괴롭히는 내용이 문제가 돼,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들에 행정지도인 ‘권고’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한겨레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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