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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
삼치 ⓒ한겨레/박찬일 제공

  

삼치의 계절이다. 왕년에 서울 사람들은 이즈음이 되면 생선 반찬 사정이 나아졌다. 고등어, 꽁치도 물이 좋았다. 꽁치의 불룩한 배를 기억하는 독자는 연식이 좀 있는 분이다. 배를 헤집어 쓰디쓴 내장을 한 점.(이때 술술 뿌린 굵은 소금이 몇 톨 씹히면 끝내줬지.) 요즘 꽁치는 그냥 작대기 씹는 맛이다. 물오징어는 끝물이지만 큼지막하고 좋았다. 그때는 도루묵이 ‘바께쓰째’ 헐값에 팔렸고 생태도 푸짐했다. 싱싱한 생선이 귀하던 서울의 밥상에 윤기 돌던 시기였다. 몇몇 어종이 더 있었는데, 삼치가 그중 하나였다.

한때 인쇄 골목에서 기계 밥 먹던 사람들이 넘치던 1980~90년대, 제일 만만한 어종이 삼치였다. 삼치는 싼 데다가 기본 덩치 자체가 컸다. 어린 삼치(고시)는 수산시장에서조차 발에 채면서 대우 못 받는 놈들이었지만, 그런 놈들의 기본 크기가 30㎝, 한자였다. 한자면 다른 어종은 월척인데 말이다. 어린 삼치니 깊은 맛은 옅으나 크기가 제법 되어 맛은 그럭저럭 있었다. 제일 만만한 조리법은 삼치 그대로 소금 뿌려 석쇠에 굽는 것이다. 왜간장에 감자와 양파 넣고 함께 조려도 좋다. 삼치는 고등어처럼, 머리는 그다지 쓰임새가 없었다.

남도에 여행을 다니다가 삼치회 맛을 봤다. 아무 삼치나 회가 되는 건 아니다. 삼치는 기본적으로 활어가 없다. 그러니, 회로 먹으려면 산지에서 팔리는 싱싱한 놈이 제격이다. 고시는 반찬거리고, 회를 뜨자면 1m는 되는 놈이어야 한다. 속칭 ‘빠따’(배트·야구방망이·크기가 큰 생선을 부르는 외식업계 속어)로 쳐준다. 큰 삼치는 외형부터 압도적이다. 피부는 짙은 회색에 강인해 보이는 청색 망토를 두르고 있다. 배와 가슴에는 큰 삼치만이 부여받는 훈장 같은 짙은 색 반점이 표범의 그것처럼 아로새겨져 있다. 눈은 검어서 잡힌 족속의 비루함을 차라리 느끼지 못하며, 이빨은 손가락을 넣으면 콱 깨물 듯 날카롭다. 아아, 그놈을 포 뜨면 벗은 살점 위로 왜 그리도 무지개 같은 형광색이 목도되는지, 차마 집어 들기가 두려운 아름다운 분홍색 살점 위에! 

삼치
삼치 ⓒ한겨레

 

삼치 먹는 법은 일찍이 소설가 한창훈 형이 알려준 바 있다. 김에 뜨거운 밥술을 얹고 매운 양념을 푹 올려서 삼치회와 함께 싸먹는 것이다. 최고다. 이것이, 삼치가 많이 잡히는 남도 왼쪽(이순신장군 시대라면 전라좌도다)의 방법인 듯하다. 더러 씻은 묵은지를 올리기도 하는데, 이런 방식은 얼마나 된 역사일까. 옛날 김치냉장고도 없던 시대, 김장철 무렵에 지난해 것인 묵은지가 있었을까. 매운 양념이 중요한데, 왜간장에 쪽파를 듬뿍, 다진 마늘과 참기름을 팍팍 치는 게 기본 레시피다. 더운밥 한 술과 금세 녹듯이 사라지는 삼치 살이 이 양념 안에서 무릎을 꿇는다.

외전도 있다. 콩나물무침이다. 한국의 남도식 회란, 자! 생선이 있으니 회를 뜨자. 참기름, 마늘, 된장에 찍어본다. 아니면 초장에 찍는다. 그것도 아니면 묵은지에 싼다. 그것도 아니라면 콩나물무침을 올린다. 그래도 맛이 없다면 “에이, 이 회는 맛이 없구먼” 하고 조려버린다.

삼치회는 아주 살이 여리다. 한여름 하드처럼 녹는다. 젓가락으로 집은 후 한눈팔다가 보면 상에 녹아 있는 삼치 추정 액체를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결국 살짝 얼려 먹는 기술이 나오고 말았다. 삼치회가 인기 급상승하자, 사철 팔기 위한 상술로 출발했다는 설, 참치처럼 살짝 언 걸 즐기는 한국인 입맛엔 이게 맞는다는 설, 많이 잡힌 삼치를 냉동했다가 우연히 회로 먹었다가 깜짝 놀랐다는 설 등이 있다.

하여튼, 삼치 ‘빠따’는 비싸고 부위별로 살 수도 없다. 반찬거리로나 쓰는 삼치에 도전한다. 새벽이나 아침 일찍 수산시장에 나가야 한다. 팔뚝만 한 것도 어린놈이라 싸다. 신선도 좋은 거로 서너 마리 사서 한 마리쯤 회를 뜬다. 나머지는 소금 뿌려 냉장한다. 어어, 이것도 괜찮네. 회 뜨는 법은 ‘너튜브’에 널렸다. 자, 이번 토요일 도전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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