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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KB금융지주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주도하는 금감원의 ‘지배구조개선TF’가 본격 가동되면서 2026년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양 회장은 취임 후 ‘비은행 강화’와 ‘주주환원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KB금융그룹을 명실상부한 ‘리딩금융’ 반열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선진화의 칼날을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다가올 3월 주주총회가 양 회장의 거취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개선TF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도에 금융권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KB금융지주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개선TF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도에 금융권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KB금융지주

◆ 이찬진의 ‘지배구조개선TF’ 현실화, 선진적이지만 임기 만료 많은 사외이사진이 변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주요 금융지주와 학계, 법조계 인사들을 소집해 ‘금융권 지배구조 선진화 TF’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금융지주 이사회가 특정 직업군에 편중돼 경영진의 ‘참호 구축’을 돕는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이번 TF 가동은 그동안의 말잔치를 넘어 실제 제도 개선과 압박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인 셈이다.

금융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KB금융지주로 쏠리고 있다. 양종희 회장의 남은 임기가 4대금융지주 CEO들 가운데 가장 짧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양 회장의 연임 여부를 가를 사외이사진의 구성이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 회추위는 사외이사로 전원(7명) 구성돼있다. 

KB금융지주는 통상 임기 만료 4~5개월 전인 여름 무렵부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가동한다. 3월 주주총회에서 어떤 성향의 사외이사들이 새로 선임되느냐에 따라 하반기 열릴 회추위의 공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KB금융지주 회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조화준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여정성, 최재홍, 이명활, 김성용 이사 등이다. 전체 사외이사의 70% 이상이 교체 대상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의 면면이 이찬진 금감원장이 지적한 ‘다양성 결여’나 ‘직업 편중’과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KB금융 이사회를 두고 금융당국이 모범사례로 꼽을만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여정성 이사는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소비자 보호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이며, 최재홍 이사는 카카오 사외이사 출신의 IT 전문가다. 조화준 이사는 KTF, BC카드, KT캐피탈의 CFO를 지낸 여성 회계 전문가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IT·소비자·여성’ 키워드를 이미 충족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사외이사 7명 가운데 4명이 학계 출신이라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금융지주 이사회가 교수 등 특정 직업군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 국민연금의 ‘일반투자’ 목적 보유, KB금융 유독 국민연금 눈치 보이는 이유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의 지분 약 8.28%(3분기보고서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눈여겨볼 대목은 국민연금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KB금융지주에 대해서만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설정해두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금융지주들의 경우, 국민연금의 보유 목적이 ‘단순투자’로 분류된 것과 달리 KB금융은 국민연금의 직접적 견제 사정권에 들어있는 셈이다.

자본시장법상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로 구분해 공시해야 한다.

‘단순투자’가 의결권 행사 등 최소한의 주주권만 행사하는 것과 달리 ‘일반투자’는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 배당 정책 등 경영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 할 수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금융지주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의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과 국민연금이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기존 이사들의 연임을 막고,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투입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 ‘역대급 실적’과 ‘주주환원’이 최대 방어막, 성과론으로 돌파할까

다만 양종희 회장이 보여준 압도적인 경영 성과는 연임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방어 논리로 꼽힌다.

KB금융지주는 2024년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연간 순이익 5조 원 시대를 연 데 이어, 2025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2025년에 당기순이익(지배주주귀속 기준) 5조7549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보다 13.3% 늘어난 것이다.

2025년 3분기에는 누적 순이익 5조1217억 원을 달성하며 ‘3분기 만에 5조 클럽 가입’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양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주주환원’ 약속도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2025년 총주주환원율(현금배당+자사주 매입·소각)이 약 5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금융지주는 15일에도 1조2천억 원 규모(861만 주)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며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시장에 재확인시키기도 했다.

ROE(자기자본이익률) 역시 2025년 3분기 기준 11.63%로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수의 경영 지표에서 경쟁사들을 넘어서고 있는 만큼, 경영 능력 측면에서는 교체 명분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양종희 회장의 연임과 관련된 문제는 ‘지배구조 선진화’라는 당국의 명분과 ‘성과주의’라는 시장의 논리가 어떻게 타협점을 찾느냐가 될 것”이라며 “3월 주주총회에서 새로 구성될 이사회의 면면을 보면 양종희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어느정도 윤곽이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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