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찬 바람이 불고 졸업과 입학 시즌이 다가오면 변호사의 전화기도 덩달아 바빠집니다. 바로 대한민국 가구의 상당수가 움직이는 본격적인 '이사철'이기 때문입니다. 정들었던 집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긴다는 설렘도 잠시, 많은 세입자의 피를 말리는 집주인의 한마디가 들려오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전까지는 열쇠를 반환해서는 안 된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 허프포스트코리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전까지는 열쇠를 반환해서는 안 된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 허프포스트코리아

"지금 당장은 돈이 없는데... 다음 세입자 들어오면 바로 줄테니, 일단 짐부터 빼줘요." 

이 말을 들은 세입자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집니다. 새로 이사 갈 집의 잔금 날짜는 코앞으로 다가왔고, 이삿짐센터 예약도 다 해뒀는데 수억 원의 돈이 묶여버린 겁니다. 집주인은 "짐을 빼고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방을 보여주고, 그래야 빨리 돈을 받아서 보내줄 것 아니냐"며 회유하거나, "서로 믿고 가자"며 읍소하기도 합니다. 

마음 약한 세입자들은 '설마 떼먹겠어?' 하는 마음에, 혹은 당장 이사를 가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짐을 뺍니다. 그리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집주인에게 넘겨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집주인의 제안은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 순간, 임대차보증금은 법의 보호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기 때문입니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은 단순한 의미가 아닙니다. 

짐을 빼고 비밀번호를 넘겨주는 것을 그토록 말리는 이유는 바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대항력(對抗力)' 때문입니다. 대항력이란 쉽게 말해 집주인이 바뀌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내 보증금 돌려주기 전까진 못 나가!"라고 버틸 수 있는 힘입니다. 특히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내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의 핵심 전제 조건이기도 합니다. 

이 힘을 유지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수입니다.  

첫째는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는 것, 둘째는 그 집에 실제로 살면서 '점유(占有)'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집주인의 말만 믿고 짐을 몽땅 뺀 뒤, 현관문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면 법적으로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되면 더 이상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아니게 됩니다. 즉, '점유'를 상실하게 되어 그토록 중요한 '대항력'이 즉시 사라집니다. 

대항력이 사라지면 '보증금을 1순위로 돌려받을 든든한 세입자'가 아니라, 돈 떼일 위기에 처한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인 '일반 채권자'로 전락합니다. 만약 그 사이에 집주인이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다른 채권자에 의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안타깝게도 내 돈을 지킬 방법은 사실상 사라집니다. 

이사는 가야 하는데 돈은 안 준다면? ‘임차권등기명령’으로 

“당장 내일모레 새집으로 이사 가야 해요. 직장도 옮겼고 아이 학교도 전학시켜야 하는데 어떡합니까?"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바로 '임차권등기명령'입니다. 이름이 조금 길고 어렵지만, 원리는 간단합니다. 등기부등본이라는 공식 장부에 "여기에 내 보증금이 묶여 있다"는 사실을 기록해두는 것입니다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약 2주 정도 뒤에 등기부등본에 임차권이 기재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반드시 등기부등본에 내 이름이 올라간 것을 눈으로 확인한 후에 이사를 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신청만 해두고 이사를 가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렇게 등기가 완료되면, 짐을 빼고 주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순위)'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쉽게 말해, 몸은 떠나지만 내 권리는 그 집에 '알박기'를 해두고 가는 셈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등기가 되면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에(등기부에 '보증금 못 돌려준 집'이라는 빨간 줄이 그어진 셈이니까요), 십중팔구는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연락이 옵니다. 

"돈이 입금되는 소리를 듣기 전까진, 문을 열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법적으로 "보증금 반환"과 "집 비워주기(비밀번호 인도)"는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집주인이 "부동산에서 지금 송금하러 갔으니 일단 비번 좀 알려줘, 이삿짐 들어와야 하잖아"라고 해도 절대 흔들리지 마세요. "짐이 빠져야 다음 세입자가 돈을 넣지!"라고 화를 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짐을 다 빼고 청소까지 마쳤더라도, 현관문은 잠그고 키(비밀번호)는 주머니에 넣고 기다리세요. 집 상태를 확인시켜 줄 때도 문만 열어주고 비번은 공유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스마트폰 뱅킹 앱에서 '입금 완료' 알림이 울리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그 순간, 비밀번호를 문자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러한 행동은 야박한 게 아니라, 귀중한 보증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정당한 법적인 보호방법입니다. 새로운 보금자리는 언제나 설레는 법입니다. 부디 이 글이 여러분의 소중한 전세금을 지키는 튼튼한 자물쇠가 되어, 마음 졸이는 일 없이 기분 좋은 '이사 가는 날'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글쓴이 김승현 변호사는 법무법인 선인 파트너 변호사다. 한양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거제시에서 행정법률 자문 공무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다양한 소송 현장을 누비며 법적 문제를 해결해 왔다. ‘승변’은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뜻에서 그의 이름 가운데 글자를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복잡한 법전 속에 갇힌 법률 상식이 아니라, 당장 내 삶을 지켜주는 유용한 생활 법률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갤러리 아닌 중고거래 '당근'에 등장한 기안84 '별이 빛나는 청담' 작품 : 제시 가격은 1억5천만 원
  • 2 김범석 쿠팡 3500억 적자 쇼크에 "잠재력" 호언 : 그러나 '안갯속' 대만 투자액 연 1조로 치솟았고 국내선 '동일인' 리스크
  • 3 “이수지가 따라하기 전에 착하게 살자” 이수지의 '진상 연기'가 소름 돋는 이유 :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들이다
  • 4 국민의힘 부산 북구갑에 박민식 공천 : 장동혁과 박민식 '한동훈과 단일화 없다' 한목소리
  • 5 광주 도심서 흉기 휘둘러 여고생 사망·남고생 부상 : 20대 남성 11시간 만에 긴급체포 됐다
  • 6 과거 민주당은 위선적이고 무능했나? 김용남 "지금은 김용남이 민주당스러운 후보"
  • 7 어느샌가 내 SNS에 나타나 '윤 어게인'을 외치는 여성들의 정체 : 극우와 첨단기술의 만남
  • 8 개미들 저축 빼서 '주식 불장'에 뛰어들다 : 1억 이하 정기예금 계좌 수 6년 반 만에 최저
  • 9 전선 위 새들의 죽음 : 정전 막으려 매년 반복되는 한국전력의 야생 조류 포획
  • 10 "이재명 대통령님, 매직패스 막아달라" : 놀이기구 우선탑승권 선택일까, 특권일까

허프생각

챗GPT로 사주 봐드립니다 : 왜 우리는 사주·MBTI 같은 걸로 서로를 끊임없이 유형화할까
"챗GPT로 사주 봐드립니다" : 왜 우리는 사주·MBTI 같은 걸로 서로를 끊임없이 유형화할까

AI 시대에 더 편리해진 '인간 유형화'

허프 사람&말

테드 터너는 퇴근 후 볼 뉴스가 없어 직접 '24시간 CNN' 만들었다 : 10년 후 걸프전 심야 생중계는 미디어 역사 바꿨다
테드 터너는 퇴근 후 볼 뉴스가 없어 직접 '24시간 CNN' 만들었다 : 10년 후 걸프전 심야 생중계는 미디어 역사 바꿨다

87세로 타계한 미디어 거물

최신기사

  • [허프 생각] 챗GPT로 사주 봐드립니다 : 왜 우리는 사주·MBTI 같은 걸로 서로를 끊임없이 유형화할까
    보이스 [허프 생각] "챗GPT로 사주 봐드립니다" : 왜 우리는 사주·MBTI 같은 걸로 서로를 끊임없이 유형화할까

    AI 시대에 더 편리해진 '인간 유형화'

  • 한덕수 '내란중요임무 종사' 2심 징역 15년으로 1심보다 형량 8년 줄어, 감형 이유 살펴보니...
    뉴스&이슈 한덕수 '내란중요임무 종사' 2심 징역 15년으로 1심보다 형량 8년 줄어, 감형 이유 살펴보니...

    법원의 '온정'은 바다처럼 넓다

  • 롯데 vs KT 경기 돌연 중단시키고 관중을 불안에 빠트린 범인 : 봄철 화재 원인 1위이기도 하다
    라이프 롯데 vs KT 경기 돌연 중단시키고 관중을 불안에 빠트린 범인 : 봄철 화재 원인 1위이기도 하다

    발로 비벼도 속에 잔불 남는다

  • 미국이 숨긴 이란전쟁의 진실 : 워싱턴포스트 이란, 미군기지 15곳 228개 자산 정밀 타격 성공
    글로벌 미국이 숨긴 이란전쟁의 진실 : 워싱턴포스트 "이란, 미군기지 15곳 228개 자산 정밀 타격 성공"

    이란이 강했나, 미국이 약했나?

  • 결국 개헌은 국민의힘이 결정한다고 : 헌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했지만 국힘 집단 불참할 듯
    뉴스&이슈 결국 개헌은 국민의힘이 결정한다고 : 헌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했지만 국힘 집단 불참할 듯

    '한 치'도 나가질 못하는구나

  • 어느샌가 내 SNS에 나타나 '윤 어게인'을 외치는 여성들의 정체 : 극우와 첨단기술의 만남
    뉴스&이슈 어느샌가 내 SNS에 나타나 '윤 어게인'을 외치는 여성들의 정체 : 극우와 첨단기술의 만남

    정치적 피싱

  • 신세계그룹 K-유통의 몽골 장악 선두에 : 10년 전 울란바토르 1호점 개설을 노브랜드 진출로 이어간다
    씨저널&경제 신세계그룹 K-유통의 몽골 장악 선두에 : 10년 전 울란바토르 1호점 개설을 노브랜드 진출로 이어간다

    CU, GS25, 메가커피, 맘스터치, 롯데리아 다 있음

  • 금융위 부위원장 권대영 증권사들에게 '실력' 물었다 : 모험자본 협의체서 혁신과 차별화 당부
    씨저널&경제 금융위 부위원장 권대영 증권사들에게 '실력' 물었다 : 모험자본 협의체서 혁신과 차별화 당부

    증권사 호실적은 실력인가 운인가

  • 삼성전자 대표 전영현·노태문이 노조와 '성과급 갈등' 해결 나섰다 : 사내 게시판에 '대안' 제시 의지 밝혀
    씨저널&경제 삼성전자 대표 전영현·노태문이 노조와 '성과급 갈등' 해결 나섰다 : 사내 게시판에 '대안' 제시 의지 밝혀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까지 D-14

  • [허프 인터뷰] '빨간 나라를 보았니' 홍주현 감독 성실하게 지는 사람은 이미 위너 : TK에서 민주당 정치인으로 살아가기
    보이스 [허프 인터뷰] '빨간 나라를 보았니' 홍주현 감독 "성실하게 지는 사람은 이미 위너" : TK에서 민주당 정치인으로 살아가기

    인생의 '기울어진 운동장'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이용자위원회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정정·반론보도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