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삼각 축’ 경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후계자들의 ‘복심’들도 주요 자리에 오르는 모양새다.
맏아들 김동관 부회장은 오랫동안 합을 맞춰 온 전문경영인들을 주요 계열사 수장으로 전진 배치하며 핵심 사업군을 이끈다. 셋째 김동선 부사장의 유통 및 로봇 계열사들에서도 김 부사장의 최측근이 대표에 올랐다. 글로벌 투자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둘째 김동원 사장은 투자부문에서 ‘믿을맨’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고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 한화.
13일 재계 안팎에 따르면 김 회장이 여전히 활발한 현장 경영을 펼치는 가운데 세 아들이 각 분야에서 그룹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2024년 4월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구개발(R&D) 캠퍼스를 방문하며 2018년 이후 5년 4개월 만에 현장경영을 재개했다. 이후 최근까지 한화생명, 한화로보틱스, 한화오션,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시스템 등의 본사 및 주요 사업장, 연구개발 시설을 잇따라 방문했다.
김동관 부회장의 방산·조선·석유화학, 김동원 사장의 금융, 김동선 부사장의 유통·로봇 등 세 아들의 주요 사업지를 김 회장이 모두 두루 챙긴 것이다.
맏아들인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화그룹의 승계구도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최근 인사를 통해 각자의 복심들과 사업확장에 힘쓰고 있다.
◆ 김희철 박승덕 정인섭, 한화그룹에서 오랜 기간 호흡 맞춘 김동관의 ‘믿을맨’
김동관 부회장은 오랫동안 한화그룹에서 호흡을 맞춰온 전문경영인들을 주요 계열사 대표에 배치했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사장은 한화그룹에서 대표적 김 부회장의 복심으로 손꼽힌다. 김 사장은 1988년 입사해 지금까지 한화그룹에 몸담고 있다.
특히 김 부회장은 2011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시작으로 한화큐셀, 지금의 한화솔루션까지 한화그룹 태양광사업을 직접 챙겨오고 있는데 김 사장은 김 부회장의 ‘태양광 멘토’로도 알려져 있다. 이 기간 김 사장은 한화솔라원 경영총괄 상무, 한화큐셀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김 사장은 2024년 10월부터 한화오션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다. 2023년 6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마무리하고 김 부회장이 한화오션을 방산 시너지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운 점을 고려하면 김 사장이 지닌 그룹에서의 입지를 짐작할 수 있다. 김 사장은 2021년부터 한화오션으로 이동하기 전까지 김 부회장이 지분 5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박승덕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 사장도 김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여겨진다.
박 사장은 1994년 한화케미칼에 입사한 뒤 대부분을 한화큐셀, 한화솔루션 등 그룹의 태양광 계열사에서 일했다. 2020~2021년 잠시 한화임팩트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지내다가 친정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전략총괄로 복귀했을 때 김 부회장이 그리고 있는 한화솔루션의 청사진을 구체화할 적임자로 여겨졌다.
박 사장은 지난해 7월에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에 올랐다. 케미칼 부문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부진한 실적이 지속되고 있고 태양광 부문(신재생에너지 부문)도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에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박 사장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3년 한화그룹에 합류한 정인섭 한화오션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상대적으로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김 부회장과 관련한 경영상의 주요 순간마다 큰 역할을 했다.
정 사장은 2021년 한화에너지가 모회사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할 때 에이치솔루션 대표이사를 지냈고 이후 한화에너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당시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은 김 부회장을 포함한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고 합병 이후 한화에너지가 그 위치를 대신하게 됐다. 정 사장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단을 총괄하기도 했다.
◆ 글로벌 바라보는 한화생명 김동원, 복심들과 투자 힘 싣기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에서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를 거쳐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고 있다. 디지털과 글로벌 사업은 한화생명의 핵심 사업 축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미국에 확실한 사업 거점을 마련하며 CGO로서 구체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인수를 마쳤다. 국내 보험사 최초로 해외 은행업을 진출한 일이면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전반에서 인도네시아에 은행, 증권, 보험, 운용사의 지분을 모두 보유하게 된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평가된다.
7월에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인수를 마무리지으며 북미로도 발을 뻗었다. 이 움직임도 국내 보험사로서 미국 증권사를 품은 첫 사례가 됐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해 인사로 김 사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유창민 전무와 박성수 상무가 주요 보직으로 이동함에 따라 한화생명의 글로벌 투자와 김 사장의 영향력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슬론(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학위를 지닌 유 전무는 한화투자증권 글로벌디지털프로덕트실장을 지내다 2021년부터 한화생명에서 일하고 있다. 한화생명에서 전략투자본부장 겸 글로벌시너지추진팀장을 거쳐 지난해 7월 투자부문장(CIO)에 올랐다.
박성수 상무는 중앙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한화생명 전략투자본부를 거쳐 대체투자사업부장 이후 지난해 7월 유 전무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전략투자본부장에 올랐다.
◆ 계열사 8곳으로 넓어진 김동선의 역할, 최측근 대표가 힘 줘
김동선 부사장은 무려 계열사 8곳에서 미등기임원에 올라있다. 당초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과 함께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로보틱스·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에서 미래비전총괄을 맡고 있다. 지난해 5월 아워홈 인수 이후에는 아워홈에서도 미래비전총괄을 담당한다.
이 계열사에서 점차 김 부사장의 최측근들이 수장에 오르며 김 부사장의 미래 전략 수립과 성과 창출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최근 한화그룹은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한화로보틱스 새 대표이사에 우창표 한화비전 미래혁신TF장 전무를 내정했다.
우 내정자는 김 부사장과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동문으로 2024년 8월 한화갤러리아의 미래비전총괄 미래비전TFT에 영입됐다. 김 부사장과 인연이 있는 만큼 오너가 직접 영입한 인물로 알려졌다.
2023년 10월 한화의 모멘텀사업 부문의 무인운반로봇(AGV) 사업부가 분할해 설립된 한화로보틱스는 2024년 영업손실 177억 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큰 반전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로보틱스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공학 석사를 받고 글로벌 경영 컨설팅기업 맥킨지앤컴퍼니 등에서 근무했던 우 내정자의 전략전문가로서 면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5월 한화그룹에 속한 아워홈에도 김 부사장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김태원 부사장이 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 한화갤러리아에 입사한 김 대표는 한화갤러리아 전략실장, 상품본부장을 거쳐 미래사업TFT장으로 김 부사장을 보좌해 왔다.
지난해 단체급식 시장 신규입찰 물량 가운데 30%가량을 확보해 아워홈의 창사 이래 최대 수주성과를 달성한 김 대표는 ‘국내 1위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이라는 김 부사장의 청사진을 실현하는 데 선봉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