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체 디바이스의 AI 협력의 핵심파트너로 구글 제미나이를 낙점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의 생존을 위해서 검색과 모바일 운영체제(OS)에서 수십 년간 경쟁해온 ‘적’과 ‘동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 허프포스트코리아
애플과 구글은 현지시각으로 12일 공동 성명을 내고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과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하는 다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애플은 그동안 오픈AI(챗GPT), 앤트로픽(클로드AI), 퍼플렉시티와 제휴하는 방안까지 두루 검토했지만 결과적으로 구글을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은 “신중한 평가 끝에 구글의 AI 기술이 애플의 AI 발전을 위한 가장 역량있는 기반을 제공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의 구체적 조건을 공개되지 않았으나 블룸버그는 지난해 11월 애플이 구글과 연간 약 1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애플이 독자 AI만으로는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생태계 통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구글과 공존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읽힌다.
그동안 애플은 AI분야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경쟁사와 비교해 눈에 띄게 부진했다.
애초 애플은 2025년 4월을 목표로 애플 지능형 비서 ‘시리(Siri)’의 새로운 기능 출시를 준비했지만 내부적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올해 말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은 AI와 관련한 인력 유출도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AI 담당 임원 로비워커가 사임했으며, 애플 AI 부문에서 인공지능 모델 팀을 이끌던 루오밍 팡, 검색 서비스 개발을 맡았던 다른 고위 임원 프랭크 추가 메타로 이직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시리에 인공지능 탑재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애플이 AI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연구개발팀의 전면적 개편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팀 쿡 CEO는 지난해 8월 열린 전사회의에서 “애플은 인공지능을 반드시 도입해야 하고 할 것이다”며 “AI 혁명은 인터넷 혁명보다 더 큰 것인 만큼 반드시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팀 쿡 CEO는 단시간에 AI 기술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구글 제미나이에 주목한 것으로 판단된다.
구글은 최근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와 손잡고 제미나이에 기반한 쇼핑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구상을 내놓을 정도로 인공지능 시장에서 앞선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구글과 월마트는 앞으로 수개월 안에 제미나이 웹브라우저와 모바일 앱에서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협업이 구체화되면 소비자가 러닝화 추천이나 생활용품 선택처럼 막연한 질문을 던져도 AI 제미나이가 상황과 의도를 분석해 상품을 제시하고 구매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구글이 인공지능 산업에서 최선단에 서있는 만큼 애플로서는 구글과 손잡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다만 팀 쿡 CEO는 구글 제미나이를 쓰더라도 인공지능 모델을 애플의 프파이빗 클라우드와 자체 서버에서 구동하고 구글은 사용자 질의 및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제로 데이터 셰어링' 구조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AI 성능은 외부의 최고모델을 차용하면서 데이터와 UX, 브랜드 전략과 수익모델은 애플이 끝까지 쥐고 가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애플과 구글의 협력은 구글에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이번 소식이 전해지자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900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연구원은 이번 파트너십은 구글에 대한 중대한 검증의 순간이자, 애플이 2026년 이후를 목표로 AI 전략을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한 디딤돌이라고 바라보기도 했다.
반면 AI 업계에서 애플과 구글이라는 두 IT 공룡의 연합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시선도 나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구글이 이미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결정은 구글에 대한 불합리한 권력집중이다"며 "이번 합의는 반경쟁적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