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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 전경. ⓒ연합뉴스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 전경. ⓒ연합뉴스

진보정당들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가운데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지방 이전 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게 도화선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민주당 일각의 이전 주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지방선거과 맞물리면서 '수도권 수성'을 외치는 경기도와 '지역발전'을 외치는 비수도권 사이에 입씨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공방이 펼쳐진 데 이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까지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일 경기도 용인시의 SK하이닉스 공사 현장에서 간담회를 열어 “최근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종식이라는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내세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만금으로 옮기자는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반도체 패권 포기 선언”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민주당이 지방선거 표를 얻기 위해 미래 먹거리로 선동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라고 단호하게 입장을 표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가 이처럼 이 대통령에게 여당 단속을 요구한 배경에는 민주당 내부에서 반도체 클러스터를 용인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준병 민주당 의원(전북 정읍고창)은 8일 민주당 전북도당 사무실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 전북 이전 특별위원회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달라'고 강조했고, 김성환 장관도 지방 이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수도권의 이기주의와 이준석 의원 등의 악의적인 폄훼에 맞서 전북이 똘똘 뭉쳐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 이전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을 요구하는 주장은 '지방 균형발전‘을 앞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 균형발전을 ‘전략’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반도체 산업의 핵심적 기반이 될 반도체 클러스터도 경기도가 아닌 지방에 건설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 출마 의사를 밝힌 3선 안호영 민주당 의원(전북 완주진안무주)은 4일 페이스북에서 “용인 반도체의 전북 이전은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라며 “수도권 이기주의에 맞서 싸워 삼성전자 이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지방균형발전과 함께 반도체 클러스터가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방이전을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분산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용인 클러스터는 약 15GW 정도의 전력공급이 필요한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지방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끌어와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를 용인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여러 곳에 송전시설을 지어야하는데 송전시설을 지을 때마다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장관은 지난해 12월26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용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하면 그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기, 15GW 수준이라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고민”이라며 “지금이라도 지역으로,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지난 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리스크를 윤석열 정부 당시부터 꾸준히 지적해 왔다”며 “과도한 용량의 전력을 호남에서 용인까지 끌고가려 초고압 송전망을 곳곳에 세운다는 건 주민 수용성 문제가 심각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미 인프라가 구축 중인 사업을 정치적 논리로 뒤집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와 용인시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연 경기도지사,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왼쪽부터) 김동연 경기도지사,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9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치열한 국제 경쟁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은 속도가 가장 중요하고, 클러스터 형성이 핵심”이라며 “전라북도나 전라남도 역시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세워 새로운 산업을 구상해야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놓고 제로섬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용인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이상식·손명수·부승찬·이언주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12월30일 “기반 공사가 한창인 시점에 터져 나온 현실성 없는 이전론은 국가 전략산업을 스스로 흔드는 자해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용인 클러스터 이전 문제가 민주당 내부의 갈등으로 이어지자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8일 “용인클러스터 이전을 검토한 적이 없다. 기업이 판단해야 할 몫”이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민심을 잡으려는 조국혁신당까지 호남 이전에 찬성하고 나서면서 ‘용인 클러스터 이전’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현재 용인에서 진행되는 반도체 팹 건설은 인정하더라도 향후 삼성전자 반도체 팹의 2~3단계 팹은 호남을 비롯한 타 지역에 분산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서 김관영 전북지사에게 “용인 반도체 지방 이전을 통한 지방 주도의 성장 해법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함께 제안하자”며 “용인 반도체가 안고 있는 치명적 리스크를 인정하고, 그 해법이 될 수 있는 지역을 새로운 국가 성장 전략의 거점으로 제시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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