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맞이할 현실이 과거보다 훨씬 냉정하고 엄혹할 것이지만, 사업구조와 조직을 혁신하고 변화를 이뤄낸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북은행의 새로운 도약과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
박춘원 전북은행장이 최근 열린 취임식에서 한 취임사의 한 대목이다. 전북은행이 처해있는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것, 그리고 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박춘원 전북은행장은 JB우리캐피탈을 JB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로 키워낸 인물이다. ⓒ허프포스트코리아
실제로 전북은행이 처해있는 상황은 쉽지만은 않다. 지방 소멸 가속화에 따른 지방 경제의 침체와 가계대출 규제라는 이중고가 동시에 닥쳐왔기 때문이다. JB전북은행은 2025년 3분기에 누적 기준으로 140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2024년 같은 기간보다 6% 줄었다. 3분기만 따로 놓고 보더라도 2024년 3분기보다 순이익이 5.5% 감소했다.
심지어 전북은행의 순이익은 2024년 JB우리캐피탈에 추월당한 이후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재역전’에 성공하지 못했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JB우리캐피탈의 급격한 성장을 이뤄낸 박 행장에게 전북은행을 맡긴다는 선택을 내린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한쪽에서는 아직 불씨가 남아있는 박 행장의 ‘사법리스크’가 전북은행에게 설상가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전북은행 처한 상황 쉽지않은데, 해결되지 않은 사법리스크 ‘설상가상’ 우려
전북은행은 2025년 12월30일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박춘원 JB우리캐피탈 대표를 신임 전북은행장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올해 1월2일부터 2027년 12월31일까지 2년이다.
이번 인사는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12월16일로 예정됐던 인선 절차가 박 행장을 둘러싼 ‘IMS모빌리티 투자 의혹’으로 한 차례 연기됐기 때문이다.
박 행장은 JB우리캐피탈 대표 시절 김건희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인물인 김예성씨가 연루된 IMS모빌리티 투자와 관련해 특검 수사 대상에 올랐던 인물이다.
IMS모빌리티는 2023년 6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도 JB우리캐피탈을 포함한 기업들로부터 184억원을 투자받았고, 이중 일부를 김예성 씨 등이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행장은 JB우리캐피탈의 IMS모빌리티 투자와 관련해 2025년 7월에는 직접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전북은행 이사회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전북은행 측은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이슈에 대해 면밀한 검증 절차를 진행한 결과, 법적 리스크 등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공식 발표하며 박 행장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다만 이 문제와 관련된 사법적 판단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만큼, 사법리스크가 불씨로 남아 박 행장의 리더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지난해 12월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금융권 CEO 임명, 연임 관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한 만큼 임명 강행의 부담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지훈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특보는 지난해 12월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북은행은 전북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이라며 “금융의 공적 기능과 지역사회 공헌에 충실한 인사가 은행장을 맡아야 한다”고 박 행장의 임명을 반대했다.
◆ JB우리캐피탈 이끌어 전북은행 순이익 추월한 주인공 박춘원, 이번에는 역전 ‘당했던’ 전북은행 맡는다
한쪽에서는 JB금융그룹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박 행장을 발탁한 배경에는 그가 JB우리캐피탈에서 보여준 ‘숫자’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JB우리캐피탈에서 보여준 경영 능력이 현재 전북은행의 위기를 돌파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박 행장은 2021년 취임 이후 JB우리캐피탈을 그룹 내 핵심 수익원으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2021년 1705억 원이었던 JB우리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2024년 2239억 원으로 급증했다. JB우리캐피탈의 2024년 당기순이익은 2023년보다 무려 19.4% 급증한 것이다.
JB우리캐피탈의 실적 개선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4년 실적 역시 ‘역대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25년 실적은 그 수치를 또 한번 뛰어넘었다.
JB우리캐피탈의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116억 원이다. 2024년 3분기 누적 순이익보다 16% 증가한 것이다. JB금융그룹의 순이익에서 JB우리캐피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결재무제표 단순계산 기준 36.5%에 이른다.
2024년 JB우리캐피탈의 순이익은 전북은행의 순이익(2212억 원)을 소폭 앞질렀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전북은행과의 순이익 격차는 332억 원까지 벌어지며 ‘주객전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 경기 둔화와 기업여신 부진으로 성장 정체에 빠진 전북은행으로서는, 공격적 기업금융(IB) 확대로 성공 신화를 쓴 박 행장의 경영 노하우가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JB우리캐피탈을 이끌어 전북은행의 순이익을 역전시킨 박 행장이, 이번에는 역전을 ‘당한’ 대상이었던 전북은행을 이끌게 된 이유다.
박 행장은 JB금융그룹 내에서 실무와 전략적 시야를 겸비한 ‘전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컨설팅과 금융 현장을 두루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JB우리캐피탈의 IB 조직을 세분화하고 리스크 심사 기능을 강화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단순히 대주단 참여에 그쳤던 캐피탈의 인수금융 업무를 직접 주선 업무까지 확장하며 시장 내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박 행장이 ‘2금융 출신’이라는 점도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라며 “기존 정통 은행원들의 보수적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적 금융을 강화하고, 캐피탈과의 시너지를 통해 전북은행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